[제주항공 참사] “나 이제 고3이야” 엄마 향한 그리움 눌러 담은 아들의 손편지

2025-01-0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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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 눈물짓게 한 고등학생 아들의 추모 메시지

제주항공 참사 발생 후 무안국제공항에 한 희생자의 아들이 남긴 추모 손 편지가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제주항공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무안국제공항 청사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추모 손편지를 작성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주항공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무안국제공항 청사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추모 손편지를 작성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일 무안국제공항에 시민들과 유족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가 많은 이들을 울리고 있다.

이날 공항 청사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추모객들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잠시 멈춰 계단 손잡이에 빼곡히 붙은 포스트잇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포스트잇들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4년 무안의 겨울을 잊지 마십시오' 등 시민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메모지 중 일부에는 희생자 유족이 남긴 손 편지도 있었다. 특히 희생자 아들로 보이는 한 유족은 현장에서 그리운 마음을 눌러 담은 손 편지를 써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제주항공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무안국제공항 청사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추모 손편지를 작성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주항공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무안국제공항 청사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추모 손편지를 작성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는 '엄마 나 이제 고3이야. 이제 좀 철도 들고 정신도 차렸는데 못 보여주게 됐네'라며 '계속 나 지켜봐 주고 새집도 같이 데리고 갈 테니까 친구들한테 자랑 많이 하고. 사랑해'라고 적은 뒤 조용히 계단을 내려갔다.

일명 '추모의 계단'으로 불리는 해당 추모 공간을 만든 이는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대표로, 그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남겨 달라"라며 펜과 종이를 나눠줬다.

30년 전 불의의 사고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잃고 큰 슬픔에 빠져 살았던 이 대표는 손편지운동본부를 세운 뒤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때마다 현장을 직접 찾아가 추모객들의 편지를 모아 유가족들에게 전달해 왔다.

이 대표는 이날도 제주항공 참사 소식을 접한 뒤 무안공항에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포스트잇과 펜을 챙겨 버스를 타고 왔다고 밝혔다.

그는 "자식을 잃은 아픔을 딛고 타인의 눈물을 보듬는 삶을 살겠다고 아들과 약속했다"라며 "유가족들과 온 국민이 상처를 회복하고 2025년도에는 이런 슬픔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