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특이한 공항 많이 봤지만 무안공항은 세계적으로도 최악"
2024-12-3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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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전문가 “항공기가 활주로 벗어나는 상황 왜 예측 안 하고 설계했나”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해외 항공안전 전문가들이 30일(현지시각) 공항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이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국제적 논의에 불을 지폈다.
전문가들은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현재 운용 중인 기술과 규정의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미국 비영리 단체 항공안전재단의 하산 샤히디 회장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고는 매우 복잡한 사고로, 조사관들이 파악해야 할 많은 요소가 얽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항 내 구조물 배치는 국제 표준에 따라 결정되며, 조사관들이 이런 구조물이 규정을 준수했는지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활주로 근처의 물체는 항공기와 충돌 시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설계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고 당시 구조물이 이를 준수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항공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구조물의 존재가 대규모 사망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고기의 착륙은 최선의 수준으로 이뤄졌고, 동체착륙 후 활주로를 미끄러지는 동안에도 동체가 큰 손상을 입지 않았다"며 "활주로 끝단 바로 너머의 단단한 장애물과 충돌한 것이 대규모 사상자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전직 항공기 파일럿 더그 모스는 활주로 설계와 공항 배치가 참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활주로에 약간의 경사나 특이한 설계가 있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최악"이라며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상황을 예측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모스는 또한 사고 항공기가 너무 빨리 착륙했다면서 조종사들이 체크리스트를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항공기 이탈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이마스(EMAS: Engineered Material Arresting System)를 설치한 공항을 운용 중이다. 이 시스템은 경량 콘크리트 블록으로 제작돼 항공기 바퀴가 이를 부수며 속도를 줄이도록 설계됐다. FAA 자료에 따르면 이마스는 미국 71개 공항의 활주로에 121개가 설치돼 있는데, 지금까지 22건의 항공기 이탈 사고를 성공적으로 방지했다. FAA는 이 시스템이 설치된 공항에서는 활주로 종단에서의 사고 위험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이마스가 설치되지 않은 점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며, 국제적으로 이와 같은 안전 시스템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항공 안전 컨설턴트 존 콕스는 "활주로 종단에 구조물이 없었다면 안전하게 멈출 공간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FAA는 RSA(활주로 안전구역) 확보가 어려운 공항에서도 이마스를 설치해 안전을 강화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소냐 브라운 박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조류 충돌은 매우 흔하며 현대 항공기 설계에는 이미 이를 견딜 수 있는 조건이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항공기의 랜딩기어와 비행통제장치가 이중 유압 시스템으로 설계돼 있어 조류 충돌만으로 이런 시스템이 완전히 마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전 의장 로버트 섬왈트는 CBS 인터뷰에서 "랜딩기어는 수동으로도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고 당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조종석 음성 녹음 장치 분석이 사고 원인 규명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