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유독 찾는 사람 없어 더욱 쓸쓸한 분향소... 아픈 사연 털어놓은 남편

2024-12-31 14:56

add remove print link

“아내 휴대전화 못 찾아 아내 지인들에게 연락할 길이 없다”

광주 광산구에 마련된 제주항공 참사 태국인 국적 A씨의 분향소 / 연합뉴스
광주 광산구에 마련된 제주항공 참사 태국인 국적 A씨의 분향소 / 연합뉴스

상복을 입은 유족들이 충혈된 눈으로 조문객을 맞이하는 여느 분향소와 달리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태국인 희생자 A(45) 씨의 분향소는 쓸쓸함이 감돌았다고 연합뉴스가 31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날 분향소가 마련된 지 세 시간이 지났지만 공무원들 외에는 조문객이 거의 찾지 않았다.

A씨는 이달 초 남편과 함께 태국 우돈타니에서 가족을 만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참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남편은 일찍 귀국해 변을 피할 수 있었다. 빈소를 지키던 A 씨 남편은 "무안국제공항으로 오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아내와 통화를 했다. '내일 아침에 보자'며 평소처럼 대화했는데,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눈물을 삼켰다.

7년 전 한국에 들어와 전남 나주의 한 공장에서 일했던 A 씨는 6년 전쯤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전남 나주시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었지만, 남편은 연락처를 알지 못해 친구들에게 부고를 전하지 못했다. 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사고 소식을 전했지만, A 씨의 아버지가 심장 질환을 앓고 있어 먼 거리를 이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한국으로 오지 못했다.

A 씨 남편은 "아내 휴대전화를 찾지 못해 친구들에게 연락할 길이 없다. 무안공항에서 사고 소식을 듣고 온 아내 친구 한 명만 만났다"라면서 "아내 가족들도 사고 소식을 알고 있지만, 한국에 오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른 희생자들과 달리 A 씨의 시신은 비교적 온전하게 수습돼 장례 절차가 일찍 진행될 수 있었다. 남편은 "얼굴이 온전해서 빨리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며 이틀 뒤 발인을 마치고 유골함을 들고 아내의 고향으로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상황이 정리되면 태국으로 가 아내의 가족들을 직접 찾아뵙고 싶다"고 말했다.

분향소를 찾은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에서 장례를 치르시는 만큼 최대한 지원하고 싶다"며 "유족의 요청 사항을 제주항공과 전남도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강 시장은 "분향소에 들어갔을 때, 유족들이 촛불조차 켜지 못할 만큼 경황이 없어 보였다"며 "갑작스러운 이별로 슬픔에 빠진 유족들에게 광주와 전남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참사로 희생된 또 다른 태국인 B(22) 씨의 시신은 수습이 지연돼 아직 빈소가 마련되지 않았다. 방콕포스트와 더네이션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B 씨는 방콕대학교에서 항공경영학을 전공하며 승무원을 꿈꾸던 학생이었다. 그는 한국인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지만,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당시 어머니는 무안공항으로 B 씨를 마중 나갔다가 사고 소식을 접했다. 현지 매체는 "B 씨 어머니가 공항에서 직원으로부터 비행기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지만, 참사로 이어질 것이라곤 믿지 못했다"고 전했다. 더네이션은 "B 씨는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딸이었다. 졸업 후 승무원이 되는 꿈을 품고 있었으며, 가족들은 그의 졸업식에 참석할 계획이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지난 29일 오전 9시 3분쯤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이번 참사로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에는 전남도민 74명, 광주시민 83명, 전북도민 6명, 경기도민 4명, 서울시민 3명, 제주도민 2명, 경남도민 1명, 태국인 2명이 포함됐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