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사고 비행기 몰았던 기장의 형이 쓴 편지가 사람들을 울리고 있다
2024-12-3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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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이 사투를 벌였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째인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 인근 철조망에 기장의 형이 남긴 손편지가 놓여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고 뉴스1이 이날 보도했다.
편지에는 “우리 왔다. 외로이 사투를 벌였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너는 이미 훌륭했고 충분히 잘했으니 이제 따뜻한 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고마웠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적혀 있었다. 비통함이 담긴 편지를 본 추모객들은 한동안 발길을 떼지 못하고 자리를 지켰다.
철조망 주변에는 국화꽃과 함께 핫팩, 술, 음료, 빵, 김밥 등이 놓여 있었다. 떠나간 이들의 넋을 위로하려는 마음이 담긴 것들이었다. 현장을 찾은 추모객 중 일부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남기며 참사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 시민은 기장과 부기장을 향해 애도의 마음을 담은 쪽지를 남겼다. 쪽지에는 “살리고자 최선을 다했을 기장님, 부기장님, 그리고 승무원들께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모두 좋은 곳으로 가셔서 편히 영면하시길 바랍니다”고 적혀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온 추모객들이 참사 현장에 모였다. 무안군민부터 대구에서 온 시민까지 여러 곳에서 온 사람들이 사고 현장을 찾아 기도를 올리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남악에 거주하는 60대 박 모 씨는 사고 여객기의 동선을 손으로 그려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가 사고 현장의 참혹함을 보여주는 것 같다”며 가져온 술을 잔디에 뿌리며 기도를 올렸다.
2007년 무안공항이 지어졌을 당시 공항경찰로 2년간 근무했다는 한 무안군민은 철조망 너머로 비행기 시트 등 잔해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발길을 돌렸다. 철조망 너머 사고 현장에서는 검게 탄 비행기 잔해 주변으로 소방대원들이 사고 수습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목격됐다.
지난 29일 오전 9시 3분쯤 태국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7C 2216편 여객기가 무안공항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를 벗어나 방위각 시설과 충돌했다.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179명이 사망하고 2명이 생존하는 비극적인 결과가 초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