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포항·대구서도 활주로 이탈사고... 당시 인명 피해는
2024-12-30 18:30
add remove print link
원인 분석·후속 조치에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항공기 사고
항공기 사고에서 활주로 이탈과 관련된 문제는 과거부터 꾸준히 발생해 오고 있다. 특히 착륙 과정에서의 부주의나 환경적 요인, 기술적 결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고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 이를 통해 항공 안전의 중요성과 개선 필요성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30일 연합뉴스는 1999년 3월 15일 경북 포항시 포항경주공항(당시 포항공항)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KE1533편 사고 등 과거 항공기 사고를 조명했다.
당시 대한항공 KE1533편은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오전 11시 59분경 포항공항에 착륙을 시도했으나 활주로를 이탈했다. 이후 방위각지시기(로컬라이저) 안테나와 충돌한 뒤 공항 외곽의 언덕에서 정지했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156명 중 19명이 중상을 입었고, 134명이 경상을 입는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항공기 동체와 방위각지시기 안테나 10개, 활주로 철조망 등이 파손되는 물적 피해도 뒤따랐다.
여객기는 1차 착륙 시도를 실패한 뒤 2차 착륙을 시도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당시 포항공항의 활주로는 길이 2134m, 폭 45m의 콘크리트로 구성돼 있었다. 약한 비가 내려 표면이 젖어 있었으나 빗물이 고여 있지는 않았다.
사고 조사에 따르면 여객기는 활주로에 착륙한 지 약 29초 만에 활주로를 벗어났으며, 약 2초 뒤 방위각지시기가 설치된 언덕과 충돌했다. 이후 동체가 파손되며 정지했다.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당시 작성한 사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방위각지시기는 활주로 끝에서 약 150m 떨어진 2m 높이의 언덕 위에 설치돼 있었다.
사고 이후 공항 주변의 장애물인 인덕산의 높이를 낮추는 공사가 진행됐지만, 이러한 후속 조치가 사고를 예방하기에는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포항공항 사고와 비슷한 사례는 1991년 6월 13일 대구공항에서 발생했던 대한항공 KE376편 사고가 있다. 당시 제주에서 출발한 이 여객기는 착륙 과정에서 바퀴가 나오지 않은 상태로 동체 착륙을 시도했으며, 활주로를 약 600m 미끄러진 뒤 멈춰 섰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으나, 기장의 랜딩기어 작동 지시 누락과 착륙 중지 명령을 오인한 착각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해당 사건으로 대구지법은 기장 등 관계자 3명에게 항공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했다.
이처럼 항공기 사고는 원인 분석과 후속 조치가 이뤄지더라도 여전히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활주로 이탈 사고는 항공 안전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2020년 8월 인도 코지코드 공항에서는 에어인디아 익스프레스 소속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계곡으로 추락한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21명이 사망했고, 비 내리는 환경 속에서 활주로의 미끄러운 표면과 조종사의 판단 오류가 원인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활주로 사고를 예방하려면 조종사의 훈련 강화와 공항 시설 개선, 관제 시스템의 정밀화가 필수적이다. 특히 기상 조건과 활주로 상태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공항당국과 항공사 간의 긴밀한 협조가 요구된다.
한편 지난 29일 오전 9시 3분경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태국 홍콩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활주로 착륙을 시도하던 과정에서 활주로를 이탈, 울타리 외벽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로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