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춘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우리 아이…어쩌면 더 심각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2024-12-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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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우울증의 예방 수칙은 마음과 몸이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

우울증은 우울감과 의욕 저하가 나타나는 정신과적 질환이다. 다양한 인지·정신·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고 일상의 기능까지 떨어뜨린다. 이런 질환이 아동과 청소년에게 발생하는 것을 '소아 우울증'이라고 한다. 만일 자녀가 쉽게 짜증을 내고 학업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사춘기가 아닌 소아 우울증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Poomstock-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Poomstock-shutterstock.com

국내 소아 우울증 환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2022년 6~11세 아동의 우울증 진료 건수는 92% 증가했으며, 청소년(12~17세)도 같은 기간 동안 57% 증가했다.

소아 우울증은 성인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이전에 즐기던 활동에 흥미를 잃고, 우울감 대신 짜증과 예민함을 보일 수 있다. 불면증, 식욕 저하,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김재원 교수는 "성인과 달리 소아 우울증은 주의력결핍행동장애(ADHD), 품행 장애, 불안 장애를 동반할 수 있어 체계적인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혹 사춘기와 우울증을 혼동하는 부모도 있다. 사춘기의 감정 기복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우울증에 의한 감정 변화는 지속적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치료가 필요한 증상이다.

소아 우울증을 방치하면 성인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성 우울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CDRS-R(소아·청소년 우울증 중증도 평가 도구) 평가 결과 40점 미만의 경증이면 심리 치료를 우선 진행하고, 40점 이상의 중등도 상태면 항우울제 치료를 한다.

일부 학부모는 우울제를 장기 복용하면 자녀가 부작용으로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충동을 겪을까 봐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울제 장기 복용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충동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항우울제 치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훨씬 크다.

소아·청소년은 감정을 표현하거나 조절하는 능력이 미숙해 놀이 치료나 정서 조절 훈련을 병행하기도 한다.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해 가족 치료가 함께 이뤄질 수도 있다.

예방도 중요하다. 소아 우울증의 예방 수칙은 마음과 몸이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건전한 신체 활동을 통해 휴식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기적인 선별 검사도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는 만 12~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 1회 우울증 선별 검사를 권장한다"며 "반면 국내에서는 초등학교 1·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정서 행동 특성검사가 시행되는데 이로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정에서도 우울 검사(PHQ-9) 같은 평가 도구를 통해 매년 정기 검사를 해볼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home 윤장연 기자 yun124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