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으로 늙은 제주항공 비행기들, 운항시간까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길었다
2024-12-3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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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연수도 긴데 유독 강행군 비행... 법규 위반 행정처분도 가장 많아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참사로 179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제주항공이 수익성 극대화에 지나치게 치중하면서 안전관리가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제주항공의 월평균 여객기 운항 시간은 418시간으로 국내 6개 항공사 중 가장 길었다. 이는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355시간), 아시아나항공(335시간)뿐 아니라 다른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371시간), 티웨이항공(386시간), 에어부산(340시간)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수치다. 제주항공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여객기 가동률을 무리하게 끌어올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참사를 일으킨 제주항공 7C2216편은 사고 전 48시간 동안 무안·제주·인천공항과 태국 방콕, 일본 나가사키 등지를 오가며 무려 13차례 운항했다. 항공 전문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의 자료에 따르면, 이 항공기는 27일부터 29일까지 무안, 제주, 인천은 물론 중국 베이징, 대만 타이베이, 태국 방콕, 일본 나가사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등 여러 국제선을 운항했다. 비행 사이 체류시간은 대체로 한 시간 내외로 짧았고, 이는 점검과 정비 시간이 부족할 가능성을 높였다.
사고 이틀 전인 27일에는 베이징으로 향하던 중 기내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해 인천공항으로 회항했다. 이로 인해 예정된 비행 일정이 약 3시간 지연됐고, 이후 일정에서도 압박이 더해졌다. 같은 날 밤 무안공항에 도착한 항공기는 2시간 체류 후 다시 출발할 계획이었으나, 회항 여파로 체류시간이 53분으로 줄어들며 이착륙 점검과 정비 시간도 제한됐다.
사고 전날인 28일에도 일정은 빡빡했다. 무안공항에서 일본 나가사키와 대만 타이베이를 오간 뒤, 방콕으로 출발해 다시 무안으로 돌아오는 강행군이었다. 결국 29일 오전 9시 3분 무안공항 착륙 도중 사고가 발생했다.
저비용항공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공항 체류시간을 최소화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제주항공의 경우 국내 LCC 중에서도 월평균 가동시간이 가장 길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월평균 가동시간은 430시간으로 경쟁사보다 훨씬 높았다. 체류시간이 짧아질수록 이착륙 점검과 정비 시간이 부족해질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제주항공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항공기 평균 기령(사용 연수)도 국내 항공사 중 가장 오래됐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평균 기령은 14.4년으로, 대한항공(11.4년)과 아시아나항공(12.3년)은 물론 같은 LCC인 에어부산(9.7년), 진에어(12.7년), 티웨이항공(13.0년)보다도 오래됐다.
제주항공은 법규 위반으로 인한 행정처분도 가장 많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 9월까지 제주항공은 항공안전법 등 위반으로 9차례 행정처분을 받아 전체 36건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뒤이어 대한항공이 8회, 티웨이항공이 7회, 아시아나항공이 4회를 기록했다.
제주항공이 납부한 과징금 역시 압도적으로 많았다.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제주항공이 납부한 과징금은 37억 3,800만 원으로,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30억 원을 넘겼다. 이스타항공(28억 6,000만 원), 티웨이항공(24억 3,000만 원)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