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737-800 기종이 불안한 이유 (+국내 보유 항공사)

2024-12-3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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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참사에 보잉737-800(B737-800) 안전성 우려

보잉737-800(B737-800) 기종 여객기 안전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해당 기종은 최근 국내외에서 잦은 '랜딩기어' 이상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179명이 사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가 보잉737-800으로 알려지면서 일부 탑승객 사이에서 해당 기종에 대한 기피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제주항공의 보잉737-800(B737-800) 여객기 모습. 무안공항 참사 여객기와 동일한 기종이다. / viper-zero-shutterstock.com
제주항공의 보잉737-800(B737-800) 여객기 모습. 무안공항 참사 여객기와 동일한 기종이다. / viper-zero-shutterstock.com

지난 29일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소속 보잉737-800 기종 여객기가 랜딩기어를 펼치지 못하고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화재가 발생해 179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30일에도 제주항공의 같은 기종에서 랜딩기어 이상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6시 37분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제주행 제주항공 보잉737-800 여객기가 이륙 직후 랜딩기어에서 이상이 발견됐다. 제주항공은 즉각 해당 여객기에 탑승한 161명 승객에게 랜딩기어 문제에 따른 기체 결함을 안내한 뒤 회항해 이날 오전 7시 25분에 김포공항에 착륙했다. 이후 일부 승객은 해당 여객기가 불안하다는 이유 등으로 탑승을 포기했다.

이날 회항한 제주항공 항공편에 투입된 기종은 보잉737-800이다. 전날(29일) 탑승객 179명이 사망한 참사가 벌어진 기종과 동일하다. 랜딩기어는 안전한 이착륙 등 비행 안전과 직결된 필수 장치로 비상 착륙 시에도 동체가 받는 충격을 완화해 준다.

보잉737-800 기종의 랜딩기어 이상 문제는 최근 해외에서도 발생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월 11일 에어인디아익스프레스 소속 보잉737-800 여객기가 이륙 직후 랜딩기어 문제로 약 2시간 30분 만에 회항했다. 당시 여객기는 승객 150명 이상을 태우고 인도 티루치라팔리 공항을 출발해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공항으로 향하려고 했다. 그러나 유압 시스템 고장으로 랜딩기어를 접을 수 없었다. 이후 4000피트(약 1219m) 상공에서 머물면서 문제 해결을 시도하다 인도 티루치라팔리 공항으로 돌아갔다.

7월 19일에도 TUI 항공 소속 보잉737-800 여객기도 랜딩기어가 접히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해당 여객기는 그리스 코르푸 공항으로 가기 위해 영국 맨체스터 공항에서 이륙했다. 하지만 이륙 직후 랜딩기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기장은 기체 상승을 중단했으며 해당 여객기는 상공에서 대기한 뒤 맨체스터 공항으로 복귀했다.

최근 보잉737-800 기종의 유압 장치 문제도 발생했다.

지난 28일 오슬로 가르데르모엔 공항을 출발해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으로 가던 보잉737-800 기종의 KLM 여객기가 오슬로 토르프 산데피요르드 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182명을 태운 해당 여객기는 큰 소음이 발생한 뒤 비상착륙을 위해 항로를 바꿨다. 여객기는 비상착륙에 성공했으나 활주로를 벗어나 풀밭에서 멈춰 섰다. 다행히 착륙 과정에서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해당 여객기는 유압 장치 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의 보잉737-800(B737-800) 여객기 모습. 무안공항 참사 여객기와 동일한 기종이다. / viper-zero-shutterstock.com
제주항공의 보잉737-800(B737-800) 여객기 모습. 무안공항 참사 여객기와 동일한 기종이다. / viper-zero-shutterstock.com

보잉737-800은 현재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대부분이 운용 중인 기종이다.

보잉737-800을 비롯한 보잉737 기종은 비상착륙 시 동체 충격과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하늘에서 연료를 버릴 수 있는 기능(연료 방출 기능)이 없다. 이 때문에 엔진이나 랜딩기어 등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상당량의 연료를 실은 채 비상 착륙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 이번 무안공항 사고처럼 랜딩기어를 펴지 못해 동체 착륙하는 상황에 피해가 더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잉737기종과 달리 보잉747, 보잉777 등 보잉의 대형 여객기나 A340, A380 등 에어버스 여객기는 연료 방출 기능을 갖추고 있다.

30일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저비용항공사를 중심으로 보잉737-800 기종 101대가 운항 중이다. 업체별로는 제주항공 39대, 티웨이항공 27대, 진에어 19대, 이스타항공 10대, 에어인천 4대, 대한항공 2대 등이다.

보잉737은 보잉사가 1967년 첫 생산한 중·단거리용 여객기로 보잉사의 최장수 항공기 모델이다. 보잉737은 누적 판매량 1만 대가 넘는 등 가장 많은 판매 기록을 갖고 있다. 보잉737-800은 1997년 출시 후 현재까지 5000대 넘게 팔리며 보잉사 737 시리즈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기종인 만큼 사고 소식도 자주 들려온다.

다만 항공 업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보잉737-800이 현재까지 가장 많이 팔린 기종인 만큼 기체 결함 가능성을 논하기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30일 무안공항에서 군인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 뉴스1
30일 무안공항에서 군인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 뉴스1

국토교통부는 사고가 발생한 기종인 보잉737-800에 대해 국내 항공사를 상대로 우선 특별점검을 진행해 정비 체계를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항공안전을 총괄하는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무안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가동률을 비롯해 항공기 운항 전후 이뤄지는 점검과 정비 등 기록 등에 따라 여러 규정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