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활주로 끝에 '둔덕' 없었다면 아마 탑승객 전원 살았을 것” (논란)

2024-12-3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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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 제기된 '둔덕' '콘크리트' '로컬라이저' 논란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원인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공신력을 인정받은 해외 유명 항공전문가의 인터뷰 내용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소방당국, 추락 항공기 사고 수습. / 뉴스1
소방당국, 추락 항공기 사고 수습. / 뉴스1

영국 공군 출신 항공 전문가 겸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리어마운트(David Learmount)는 30일(한국 시각) 오전 영국 매체 스카이 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번 제주항공 7C2216편 사고에 대해 데이비드는 "사실 꽤 충격적"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착륙 시에 조종사가 플랩이나 랜딩 기어를 내리지 못하게 된 어떤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그 자체가 탑승객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직접적 원인은 아니었다"며 "승객들은 활주로 끝을 조금 벗어난 곳에 있던 '견고한 구조물'에 부딪혀 사망했는데, 원래라면 그런 단단한 구조물이 있으면 안 되는 위치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구조물에는 계기 착륙 장치(ILS) 안테나가 있었는데, 악천후일 때 착륙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안테나는 대개 땅에 고정되어 있지만 충돌 시에는 기체에 큰 손상을 주지 않도록 부러지거나 접히도록 설계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행기가 그 구조물에 부딪혀 그대로 찌그러지고 폭발했다"며 무안공항 활주로 끝에 설치돼 있던 '둔덕 위의 로컬라이저'에 대해 언급했다.

데이비드 리어마운트가 지적한 무안공항 활주로 끝에 위치한 콘크리트 둔덕. 그 위에 설치된 로컬라이저 안테나. 참사 이전 과거에 찍힌 사진. / 구글맵
데이비드 리어마운트가 지적한 무안공항 활주로 끝에 위치한 콘크리트 둔덕. 그 위에 설치된 로컬라이저 안테나. 참사 이전 과거에 찍힌 사진. / 구글맵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안테나와 둔덕, 콘크리트 구조물.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81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추락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 무안 소방서 제공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안테나와 둔덕, 콘크리트 구조물.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81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추락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 무안 소방서 제공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어떤 기준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나라들은 계기 착륙 장치(로컬라이저) 안테나를 설치할 때 보통 그것을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두지 않는다"며 "착륙 영상을 보니, 날개가 완벽하게 수평 상태였고 동체를 바닥에 대고 미끄러지듯 착륙했는데, 아마 새와 충돌하면서 유압 계통이 망가져 플랩을 내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그래서 더 빠른 속도로 착륙해야 했고, 결국 활주로 끝을 넘어갔다. 활주로 끝을 넘어가는 일이 가끔씩 발생하기 때문에, 그 구역에는 단단한 벽 같은 것을 두면 안 된다. 바로 그게 (이번 참사를 일으킨)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는 이번 제주항공기의 사고 당시 동체 착륙은 아주 훌륭했다며 "이번 사고는 활주로 자체가 사고 원인은 아니다. 뭔가 기체에 문제가 생긴 거다. 유압 계통이 고장 나 랜딩 기어를 못 내렸다고 본다. 그래서 활주로를 넘어갔는데, 끝부분 벽이 화를 키운 거다. 만약 그 벽(둔덕 속 콘크리트 구조물)이 없었다면, 제 생각에는, 탑승객 전원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 사고 당시 영상. / 독자 제공-YTN 뉴스 특보

그는 "만약 방금 제가 말한 내용이 모두 옳다면, 조사관들은 '활주로 끝에서 200m도 채 안 되는 곳에 저런 구조물이 왜 있었느냐?'고 물을 거다. 거긴 원래 장애물이 없어야 하는 곳이다. 설령 계기 착륙 장치 안테나를 둬야 한다 해도,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탈했을 때 크게 손상 입지 않도록 쉽게 부러지거나 접히는 형태로 두는 게 보통이다. 그렇다면 왜 저런 단단한 구조물이 거기에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활주로 길이 논란에 대해서 데이비드는 "보통의 경우를 봤을 때 (무안공항 활주로 길이는) 충분한 길이다. 결국 제조사 문제도, 활주로 문제도 아닌, 어딘가 기체에 이상이 생겨서 그런 위급한 사태가 처음 발생한 건데, 새 충돌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다만 활주로 이탈 구역에 저런 장애물이 있었다는 게 문제였던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데이비드 견해는 국내 일부 전문가도 제기하고 있는 논란거리다. 활주로 끝에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더라면 비행기가 폭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데이비드 리어마운트 스카이 뉴스 인터뷰 영상. / 유튜브, Sky News

이날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국토부 관계자는 "콘크리트 구조물은 2~3m 높이의 둔덕 안에 30~40cm 깊이로 심어져 있고 지상으로도 7cm가량 튀어나와 있었다"고 무안공항 둔덕과 로컬라이저에 대해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로컬라이저 안테나는 트럭도 뚫고 지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항안전운영기준 제42조에 따르면 설치가 허가된 물체를 지지하는 기초구조물이 지반보다 7.5cm 이상 높지 않고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세워져야 한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는 안전구역의 물리적 범위 바깥에 위치해 조항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2216편은 지난 29일 오전 9시 3분쯤 랜딩기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공항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하다가 공항 시설물과 충돌해 폭발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승객 175명 전원과 조종사·객실 승무원 각 2명 등 179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꼬리칸에 있던 승무원 2명만이 이번 사고에서 생존했다.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