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만 달러 돌파한 암호화폐(코인) 비트코인을 변함없이 비판하는 5명의 유명 경제인
2024-12-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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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악하다”
암호화폐(가상자산·코인) 대장주 비트코인(Bitcoin, BTC)은 2008년 출시 이후 수많은 경제학자, 정치인, 은행가, 투자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일부는 이를 사기라고 비난하거나 가치가 0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예언했지만, 비트코인은 꾸준히 성장하며 2024년 12월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이런 기록적인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을 둘러싼 회의적 시각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가상화폐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최근 '10만 달러 돌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상위 5명의 비트코인 비평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비트코인에 비판적인 금융 전문가 5명의 입장을 소개했다.
미국의 주식 중개인 피터 시프(Peter Schiff)는 대표적인 비트코인 비판가 중 한 명이다. 그는 2013년 비트코인이 100~1000달러일 때부터 암호화폐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금 투자 옹호자로 잘 알려진 그는 비트코인의 가능성을 줄곧 부정해 왔지만, 그의 아들 스펜서 시프(Spencer Schiff)는 이를 무시하고 2021년 포트폴리오 100%를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2019년 피터 시프는 비트코인이 절대 10만 달러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현재 그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시프는 비트코인이 미국 정부의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채택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이를 '국가 안보 위협'이자 '공공의 적 1호'로 지칭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매입하기 위해 달러를 대규모로 인쇄할 경우 거대한 거품을 만들어 국가 자산을 낭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학자이자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도 2013년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에 “비트코인은 악하다(Bitcoin is evil)”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하며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의 기본적인 기능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대규모 범죄를 위한 도구”로 묘사했다. 크루그먼은 1998년 인터넷이 팩스기기 이상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최근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 아니라 디지털 100달러 지폐”라고 표현하며, 암호화폐가 불법 활동에 주로 사용된다는 비판론자들의 주장에 동조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비트코인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CB 결제국장 울리히 빈트자일(Ulrich Bindseil)과 ECB 자문위원 위르겐 샤프(Jürgen Schaaf)는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분산화된 글로벌 디지털 통화'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며, 주로 불법 거래에 사용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시작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됐음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투자나 결제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한 비트코인이 초기 보유자들이 신규 투자자를 착취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비트코인 소유를 제한하는 법적 조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의 CEO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역시 대표적인 비트코인 비판가로 여전히 비트코인을 '펫 락(쓸데 없이 과대평가된 것)'에 비유하고 있다. 2024년 1월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 시장에 데뷔했을 때, 다이먼은 더 이상 비트코인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다이먼의 입장이 변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그는 비트코인에 대한 공개적인 발언을 삼가고 있다.
신규 비트코인 비판가로 떠오른 라피 파버(Rafi Farber)는 금 투자 전문 매체 End Game Investor의 발행인으로, 비트코인을 미국 달러의 인플레이션을 확산시키는 도구로 보고 있다. 그는 비트코인이 테더(USDT)와 미국 국채와의 관계에 기반해 '화폐적 무(無)의 나선'이라고 비판하며 금과 은 같은 실물 자산이 더 나은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서 안정성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비트코인이 금 대비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트코인의 사상 첫 10만 달러 돌파는 많은 이들에게 암호화폐의 가능성을 재평가할 기회를 제공했지만, 여전히 이에 반대하거나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비판가들의 견해는 향후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의 입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에 대한 논쟁을 지속적으로 촉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