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다가 쓰러진 아빠, 눈 감는 순간까지 남을 돕고 떠나셨어요"
2024-12-2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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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복구 자원봉사 중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던 아빠
타인을 돕다가 뇌사 상태에 빠진 남성이 끝까지 남에게 선물을 주고 떠났다.
고 강석진 씨 사연이다.
67세였던 강 씨는 지난달 2일 수해 복구 봉사활동에 참여해 포크레인 작업을 하다가 토사가 유실돼 차량 전복 사고를 당했다.
의식을 잃은 강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은 평소 다른 사람을 돕는 삶을 살았던 강 씨를 생각하며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지난달 20일 을지대병원에서 강 씨의 장기기증 절차가 진행됐고, 강 씨 간장과 신장이 3명의 생명을 구했다.
강 씨의 삶에는 항상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있었다. 전남도 나주시에서 7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난 강 씨는 추진력이 좋고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40대부터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마라톤도 열심히 했다. 젊어서 건축일을 했던 그는 세상을 떠나기 10년 전부터 충남 공주로 귀농해 농사일을 시작했다. 귀농 생활을 하면서도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있으면 봉사를 했다.
강 씨의 딸은 "아빠, 이렇게 갑자기 떠난 게 너무 속상하지만, 아빠로 인해 다른 사람이 행복한 삶을 다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멋있고 자랑스러워. 우리는 다들 잘 지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하늘나라에서는 일 조금만 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 다음에 우리 꼭 다시 만나요. 아빠 사랑해"라는 말을 남겼다.
올해가 저물어가는 요즘, 마지막 순간에 타인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이들의 사연이 가슴을 울린다.
지난 2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고 박혜은 씨 사연을 전했다.
43세였던 박 씨는 지난달 25일 새벽 2시쯤 갑자기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119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박 씨 가족들은 자랑스러운 2남 1녀의 엄마로 기억될 수 있도록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박 씨의 심장, 폐장(다장기 이식), 간장, 왼쪽 신장, 인체조직 등은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박 씨는 부산에서 1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베트남 참전용사 출신 국가유공자다.
박 씨는 그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려운 사람을 보면 늘 도와주고 싶어했다고 한다. 잘 웃고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던 다정한 사람이었다. 요리를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눠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최근엔 제빵을 배워 빵을 나눠주는 즐거움에 빠졌었다고 한다. 기증 관련 뉴스가 나올 땐 나도 누군가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떠나고 싶다고 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