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분노…박정희 동상 지키라고 한밤중에 차에서 불침번 서게 한 대구시
2024-12-2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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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박정희를 끊임없이 소환하는 이유가 뭐냐"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에 세운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지키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불침번 근무를 시켜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부터 박정희 동상을 보호하는 업무를 행정국 직원들이 맡고 있다.
직원들은 3명이 한 조를 이뤄 오후 6시~다음 날 9시 동상이 잘 보이는 위치에 세워둔 차 안에서 동상이 훼손되지 않도록 감시한다. 직원들은 새해가 시작되는 내년 1월 3일까지 해당 업무를 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시 공공시설관리공단이 시설 방호를 맡는 데 인력 충원에 시간이 필요해 당분간 행정국에서 맡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대구시는 해당 동상을 만드는 데 예산 4억 8000만 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상 인근에는 CCTV도 4대나 설치됐다.
하지만 지난 22일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범시민운동본부'가 동상 주위에 '독재자', '내란원조 쿠데타 독재로 해먹음' 등 문구를 분필로 써놓자 대구시는 23일 제막식 행사를 치른 뒤 보안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 새공무원노동조합(이하 새공노)은 "대구시는 각성하고 즉시 철회하라"라고 비판했다.
새공노는 "대구시는 시대착오적인 박정희 동상 건립을 강행해 역사의 부끄러운 날로 기록됐다"라며 "이마저도 부족했는지 6억짜리 동상을 지키려고 행정국 직원을 동원해 야간에 불침번 보조를 세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연말연시 가족들과 행복하게 보내야 할 시간에 동상 하나 지키려고 불침번 근무 계획을 세운 대구시는 각성하고 즉시 철회하라"라고 요구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도 26일 "절차를 무시한 박정희 동상을 즉각 철회하라"라고 촉구했다. 이를 추진한 홍준표 대구시장을 향해서도 "박정희를 끊임없이 소환하는 이유가 뭐냐"라며 "정치적 꼼수"라고 강조했다.
안태준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정책 조정 회의에서 "대구시 동대구역에 세워진 박정희 동상은 윤석열 탄핵으로 발생한 정계 혼란 시기에 맞춰 짜인 각본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라며 "(설치 과정을 보면) 대구시는 철도공단의 의사를 무시하고 동상을 세웠기 때문에 분명한 위법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어 "홍준표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불법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고 탄핵이 당연하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라며 "그런데도 계엄을 적극 옹호하고 탄핵 반대를 앞장서 외치면서 뒤에서는 대선 출마를 공언하며 조급함을 감추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정치인의 정치쇼"라며 "이것이야말로 양아치 정치하는 것 아니냐"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