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과 정몽규 회장을 정말 낯 뜨겁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2024-12-2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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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포옛 전북 현대 감독으로... 도마에 오른 축구협회 협상력
프로축구 전북 현대가 제9대 사령탑으로 거스 포옛 감독(57)을 선임하면서 대한축구협회의 협상력이 도마에 올랐다. 포옛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의 국가대표팀 사령탑 최종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로, 한때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이끌 가능성이 있었던 거물급 지도자다. 전북의 이번 선택은 포옛 감독의 K리그 합류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지만,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과 협상력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만들었다.
전북은 지난 24일 포옛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달 초 김두현 감독과 결별한 이후 국내외 감독 후보들과의 협상을 거친 끝에 외국인 감독을 최종적으로 낙점한 것이다. 전북의 재건을 맡게 된 포옛 감독은 "아시아와 K리그는 감독으로서 새로운 도전이다. 이 도전이 성공할 수 있도록 선수들과 팬들과 함께 만들어가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전북을 K리그 최고의 팀으로 재도약시키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포옛 감독의 부임은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과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을 머쓱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논란을 재점화하고 있다.
포옛 감독은 지난 7월 국가대표 감독 선임 당시 최종 후보 3명 중 한 명으로 꼽혔지만, 협상 결렬로 인해 선임되지 못했다. 포옛 감독은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한국에서 거주하며 팀을 이끌 의사를 명확히 밝히기도 했지만 축구협회는 그를 외면했다.
홍명보 감독이 최종적으로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낙점되면서 포옛 감독을 포함한 외국인 후보들과의 협상 과정이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협상 과정에서 축구협회의 낮은 보수 제안과 미흡한 조건들이 문제로 지적됐다.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 결과가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한다. 조사에 따르면,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일부 후보의 추천 내용이 왜곡돼 회의록에 기록됐으며, 전력강화위원회의 감독 추천 순위가 실제와 다르게 발표됐다. 이는 축구협회의 공정성과 협상력에 대한 비판 여론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됐다.
포옛 감독은 선수 시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첼시와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하며 축구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지도자로서는 EPL의 선덜랜드, 스페인 라리가의 레알 베티스, 프랑스 리그1의 보르도 등 유럽 주요 리그에서 감독직을 맡았다. 그는 또한 그리스 국가대표팀을 2022년부터 올해까지 지휘하며 유로 2024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획득했다. 비록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클럽과 대표팀을 넘나들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포옛 감독은 과거 선덜랜드 시절 한국 선수 기성용을 지도하며 성공적으로 활용한 바 있다. 당시 기성용은 공식 경기에서 4골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주요 선수로 활약했다. 포옛 감독이 한국 축구와 인연을 이어온 중요한 배경으로 이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북 현대가 포옛 감독을 선택한 배경에는 그의 풍부한 경험과 재기 능력이 있다. 이도현 전북 단장은 "포옛 감독은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꾸준히 성장한 지도자다. 그가 가진 노련함과 전술적 통찰력이 팀 재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전북은 포옛 감독의 경험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국내 코치진을 추가로 선임했으며, 포옛 감독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 같은 전폭적인 지원은 난파선과 같은 전북의 재도약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옛 감독은 자신의 사단을 이끌고 전북에 합류한다. 그의 팀에는 브라이턴에서 함께했던 마우리시오 타리코 수석코치와 피지컬 코치, 분석 코치 등 유럽에서 경험을 쌓은 스태프들이 포함됐다. 그는 이번 주말 입국해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뒤 선수단과 함께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포옛 감독의 전북 부임은 단순히한 팀의 감독 선임을 넘어 한국 축구의 구조적 문제를 짚는 일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의 선택이 포옛 감독 개인의 커리어뿐 아니라 K리그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