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전세시장의 변화와 월세화 가속화, 임차인 부담 증가의 그림자
2024-12-2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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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의 축소와 월세화 가속화의 현실
HUG 정책 변화가 불러올 시장의 불안정성
외국계 자본의 주택 임대시장 진출과 전세 소멸의 가속화
[대전·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대보증금보증 내규를 개정하면서 전세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전세사기 예방과 임차인 보호라는 긍정적인 명분이 앞세워졌지만, 실제로는 전세라는 임차인에게 유리했던 시장 상품의 소멸과 함께 서민 주거 안정성이 흔들리는 부작용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정책은 전세 시장 축소와 월세화 가속화를 촉진하며, 임차인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HUG는 최근 임대인의 부채비율 기준을 기존 100%에서 90%로 낮추고, 보증 신청 시 HUG 인정 감정평가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보증 심사를 강화했다. 이는 전세사기 문제를 해결하고 임대차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재정 여건이 열악한 임대인들의 전세보증금 반환 능력을 저하시켜 전세 시장 전반에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전세는 임차인들에게 자산 축적과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해온 제도였다. 목돈을 맡기고 매달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전세는, 임차인이 추가 비용 없이 경제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이번 규제 강화는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를 줄이겠다는 명분 아래, 전세라는 시장 상품 자체를 위축시키고 있다. 임대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 전세 대신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월세는 임대인 입장에서 매달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보장하지만, 임차인들에게는 매달 주거비 지출 부담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월세는 순수 소비 비용으로 자산 축적 효과가 없어, 서민층이나 중산층에게 장기적으로 더 큰 경제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보증 심사를 강화하고, 임대인의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 제도적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세사기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단순히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능력 부족을 가속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전세사기의 주요 원인은 허위 정보 제공, 임대인의 재정 악화, 시장의 불투명성 등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보증 심사를 강화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임대인의 재무 건전성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전세보증금 반환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보다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개정은 시장의 불안정성을 오히려 심화시키며 전세라는 제도 자체를 약화시키고 있다.
전세 시장이 위축되는 사이, 외국계 자본의 국내 주택 임대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블랙스톤,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투자 기업들은 대규모 자본을 동원해 국내 임대 시장에 진출하며, 안정적인 월세 수익을 노리고 있다. 외국계 자본의 진출은 전세의 감소와 월세화를 더욱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세가 줄어들면, 임차인들은 월세로 이동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임차인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한, 외국계 자본이 주택 임대 시장을 주도하게 되면 임대료 상승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서민들의 주거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
전세는 단순한 임대차 계약의 한 형태가 아니라, 서민들의 경제적 안정성과 계층 이동의 기반이 되는 제도였다. 전세보증금을 통해 자산을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내 집 마련이나 다른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는, 중산층의 경제적 도약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월세화가 가속되면 이러한 자산 축적 기회는 사라지고, 매달 고정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로 전환되면서 계층 간 불평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전세의 축소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약화시킨다. 전세는 계약 기간 동안 고정된 조건으로 거주할 수 있는 안정성을 보장하지만, 월세는 매달 임대료 변동과 재계약 시 인상 가능성에 민감하다. 이는 서민들의 주거 불안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HUG의 정책 변화는 전세사기 예방과 임대차 시장의 안정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전세라는 임차인에게 유리한 제도를 사실상 축소시키고, 월세화를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전세 시장의 축소, 장기적으로는 서민 주거비 상승과 안정성 붕괴라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전세사기를 예방하는 동시에 전세 시장의 유지와 월세 전환으로 인한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월세 세액공제 확대,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같은 대책을 통해 임차인의 부담을 경감하고,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