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떠난 전공의, 군대 가기도 어려워졌다
2024-12-2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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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의무장교 선발 대상자 일부를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하는 훈령 개정 추진
사직 전공의가 새해 입대하는 건 어려워지게 됐다.
전공의란, 수련병원이나 수련기관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을 받는 인턴 및 레지던트다. 인턴은 의사 면허를 받은 사람으로서 일정한 수련병원에 전속돼 임상 각 과목의 실기를 수련하는 사람이다. 레지던트는 인턴과정을 이수한 사람 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이와 동등하다고 인정한 사람으로서 일정한 수련병원 또는 수련기관에 전속돼 1과목을 전공으로 수련하는 사람이다.
24일 국방부와 병무청은 "현역으로 선발되지 않고 병무청으로부터도 보충역으로 선발되지 않은 '입영대상자'는 내년에 입영하지 못하고 기다릴 수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의무장교 선발 대상자 일부를 '현역 미선발자'로 분류하는 훈령 개정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의무장교 선발 대상자란 수련병원 등에서 소정의 과정을 이수한 후 장교 등으로 임용되는 제도다.
국방부는 의무장교 선발대상자 중 현역을 먼저 선발하고, 초과 인원은 병무청이 보충역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국방부가 해당 방침 개정에 나선 것이다. 지난 2월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해 사직한 전공의들이 내년 한꺼번에 입대를 신청하자 이를 조정하고 향후 군의관 자원 부족에 대비하려는 걸로 추정된다.
국방부는 "훈령 개정은 현역, 보충역 선발 권한에 따른 선발 절차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존 국방부에서 수행해왔던 권한 내 분류 방법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전했다.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공의 수련기관에서 사직한 전공의 중 의무장교 선발대상자는 3000여 명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훈령을 급하게 개정해 의료 인력을 낭비하려 한다"며 "군의관과 공보의 수급에 차질이 생겨 문제라면 입영 대기를 시켜가며 인력을 낭비하거나 값싼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를 무리하게 굴릴 것이 아니라, 군 병원과 보건지소에 예산을 편성해 정식으로 의사를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무 사관후보생 서약서의 '가까운 입영일에 입영해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지키는 측면에서도, 의료 인력 공백 기간을 줄이는 측면에서도 현역병 자원자를 모두 현역병으로 보내는 안이 합리적"이라며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사회복무요원도, 법무사관후보생도 심지어 미국 영주권자도 본인이 원하면 현역병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전공의 지원율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9일 오후 5시까지 총 3천594명의 레지던트 1년 차를 모집했으나, 지원자는 314명이 전부였다. 8.7%였던 셈이다.
서울의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에는 총 68명이 지원했다.
수도권 수련병원에는 193명, 비수도권 병원에는 121명이 지원했다. 전공의 부족 문제를 겪는 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모두 사정이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