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으로 온 탈북민 건강 상태, 20년간 조사해보니…“발병 위험 더 높아”
2024-12-2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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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조울증, 우울증, 불안증 등 정신 건강 위험도 탈북민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남한 정착 후 건강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13일 고려대 안암병원 연구팀은 통일보건의료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탈북민의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남한 주민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정보가 제한돼 알 수 없었던 북한이탈주민의 건강 패턴을 파악해, 적절한 건강 검진 이행의 기초를 마련하는 게 이번 연구의 목적"이라며 "전반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의 심혈관질환, 암 발병 위험이 남한 주민보다 높았다"고 말했다.
기존 이민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통 열악한 환경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한 이민자는 건강 상태가 좋아지면서 사망률이 기존 거주자보다 감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건강보험 공단 자료를 이용해 탈북민 2만 6123명과 남한 주민 130만 144명을 대상으로 2002~2022년 건강 상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탈북민의 심혈관질환과 암 발병 위험은 남한 주민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뇌경색 위험이 두 배 가까이 높았고, 허혈성 심장질환 위험은 큰 차이가 없었다. 탈북민의 남한 거주 기간이 길어질수록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는 동반질환율은 남한 주민이 더 높았지만, 남한 주민은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는 비율이 높았다.
암 발병 위험은 탈북민이 남한 주민보다 낮았지만, 남한 거주 기간이 길어질수록 식도암, 대장암, 췌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고환암, 콩팥암, 혈액암 등의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남성은 폐암과 간암 발병 위험이 높았고, 여성은 위암, 자궁경부암, 갑상선암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민의 정신 건강 상태도 남한 주민보다 나빴다. 초발 조현병 발생 위험이 네 배나 높았고, 트라우마, 조울증, 우울증, 불안증 등의 위험도 탈북민이 더 높았다.
이에 생활 습관을 조사한 결과, 탈북민의 경우 남한 주민보다 술을 더 자주 마시고 운동 빈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탈북민은 첫 5년간만 의료급여를 지원받고 이후에는 의료 이용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고려대 안암병원 김정아 교수는 "생활 습관 교정과 의료 서비스,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탈북민의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