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한 가수 이승환 “안타깝고 비참하다” (전문)

2024-12-23 15:35

add remove print link

구미시장 “이승환 나이가 60세인데 시민 분열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나”

가수 이승환 / 이승환 인스타그램
가수 이승환 / 이승환 인스타그램
“안타깝고 비참합니다.”

가수 이승환이 경북 구미시가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관을 취소한 데 대한 심경을 23일 인스타그램에서 이처럼 밝혔다.

이승환은 "25일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 예정됐던 콘서트 대관 취소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구미시 측의 일방적인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전 신속히 구미시 측에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방적이고 부당한 대관 취소 결정으로 발생할 법적, 경제적 책임은 구미시의 세금으로가 아니라 이 결정에 참여한 이들이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미시 측은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하나 동의할 수 없다. 저희는 공연 참석자들에게 공연 반대 집회 측과 물리적 거리를 확보해 주시고, 집회 측을 자극할 수 있는 언행도 삼가 달라 요청했다. 또한 구미문화예술회관에 '현재 집회 신고가 돼 있는 장소를 지도에 표시해서 보내주신다면 관객들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해당 장소를 피하거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고지하겠다'고 전달했다. 그리고 현장 경호 인력을 증원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회관에도 통지했다. 구미시 측은 경찰 등을 통해 적절한 집회·시위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관람객들의 문화를 향유할 권리도 지켰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승환은 대관 취소의 진짜 이유가 "서약서 날인 거부"라고 지적하며 "구미문화예술회관은 20일 공연 기획사에 공문을 보내 기획사 대표와 가수 이승환에게 '기획사 및 가수 이승환 씨는 구미문화예술회관 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서약서에 날인할 것을 요구했고, '미이행 시 취소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관 규정 및 사용 허가 내용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서약서 작성 요구를, 그것도 계약 당사자도 아닌 출연자의 서약까지 포함해 대관 일자가 임박한 시점에 심지어 일요일 특정 시간(22일 오후 2시)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하며 '대관 취소'를 언급한 것은 부당한 요구다. 이에 저는 법무법인을 통해 22일 구미문화예술회관에 서명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이승환은 "'선동'의 사전적 정의는 '남을 부추겨 어떤 일이나 행동에 나서도록 함'이다. 저는 '정치적 선동'을 하지 않는다. 일부 극장의 대관 계약서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공연'은 대관을 불허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제 공연은 '정치적 목적'의 행사가 아니었기에 지금까지 대관에서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 '정치적 오해'는 또 무엇인가? 관객들에게 '요즘 답답하시죠?'라고 말하는 것도, '요즘 편안하시죠?'라고 말하는 것도 모두 오해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니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저는 35년 동안 가수로 활동하며 불모지였던 우리나라 공연계를 브랜드화하고 시스템화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런데 공연일 직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이름을 쓰라', '이름을 안 쓰면 공연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요구를 받았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환은 "2024년 12월 한 음악인이 공연 직전에 '십자가 밟기'를 강요당해 부당함을 이유로 거부했다. 그리고 공연이 취소됐다. 많은 팬이 피해를 입었다. 티켓 비용은 물론 교통비와 숙박비도 손실이 생겼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날 공연을 기대했던 일상이 깨졌다. 대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승환은 이번 사태가 ‘표현의 자유’ 문제라면서 "창작자에게 공공기관이 사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문서에 서명을 강요했고, 이를 따르지 않자 불이익을 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안타깝고 비참하다. 우리 사회의 수준을 다시 높일 수 있도록 문제를 지적하고 반드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승환은 25일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데뷔 35주년 기념 단독 콘서트 '헤븐(HEAVEN)‘을 개최하려고 했다. 하지만 공연을 이틀 앞두고 김장호 구미시장이 일방적으로 대관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승환과 관객들이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23일 오전 11시 구미시청 대회의실에서 "이승환 콘서트를 취소한다는 공문을 오전 9시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승환의 개인적 정치적 성향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이승환의 나이가 60세인데 전국 공연을 하면서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과 시민 분열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또한 "이승환이 법률 대리인을 통해 '정치적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첨부된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서면으로 밝혔다"고 전했다.

가수 이승환 / 이승환 인스타그램
가수 이승환 / 이승환 인스타그램

<이승환 공식입장 전문>

가수 이승환입니다. 2024. 12. 25. 구미문화예술회관(이하 ‘회관’)에서 예정되었던 콘서트 대관 취소와 관련해서 입장을 밝힙니다.

1.

구미시 측의 일방적인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합니다. 저는 신속하게 구미시 측에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일방적이고도 부당한 대관 취소결정으로 발생할 법적, 경제적 책임은 구미시의 세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결정에 참여한 이들이 져야 할 것입니다.

2.

구미시 측은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하나,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① 공연 참석자들에게 공연 반대 집회 측과 물리적 거리를 확보해주시고, 집회 측을 자극할 수 있는 언행도 삼가달라 요청을 드렸습니다. 또한 ② 회관에 “현재 집회신고가 되어있는 장소를 지도에 표시해서 보내주신다면, 관객들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해당 장소를 피하거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고지”하겠다고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③ 현장 경호인력을 증원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회관에도 통지했습니다.

구미시 측은 경찰 등을 통해 적절한 집회·시위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관람객들의 문화를 향유할 권리도 지켰어야 했습니다.

3.

대관 취소의 진짜 이유는 “서약서 날인 거부”였다고 보입니다. 구미시장의 2024. 12. 23. 대관 취소 기자회견에서 이를 수차례 언급하기도 하였습니다. 회관은 2024. 12. 20. 공연 기획사에게 공문을 보내 기획사 대표와 가수 이승환에게 “기획사 및 가수 이승환씨는 구미문화예술회관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서약서(첨부 그림 참조)에 날인할 것을 요구하였고, ‘미 이행시 취소할 수 있음’을 언급하였습니다.

대관규정 및 사용허가 내용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서약서 작성’ 요구를, 그것도 계약 당사자도 아닌 출연자의 서약까지 포함해, 대관일자가 임박한 시점에 심지어 일요일 특정 시간(2024. 12. 22. 오후 2시)까지 제출하라 요구하며 ‘대관 취소’를 언급하는 것은 부당한 요구하였습니다. 이에 저는 법무법인을 통해 2024. 12. 22. 회관 측에 서명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선동’의 사전적 정의는 “남을 부추겨 어떤 일이나 행동에 나서도록 함”입니다. 저는 ‘정치적 선동’을 하지 않습니다. 몇몇 극장의 대관계약서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공연‘은 대관을 불허한다는 조건은 있지만 제 공연이 ’정치적 목적‘의 행사는 아니었기에, 지금까지 대관에서 문제가 된 적은 없습니다.

정치적 오해’는 또 무엇입니까? “여러분 요즘 답답하시죠?” “여러분 요즘 좀 편안하시죠?” 어떤 말도 오해가 되는 상황이니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아닙니까?

4.

저는 35년을 가수로 살아오면서 불모지였던 우리나라 공연계를 브랜드화, 시스템화시켰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내 공연이 최고다‘라는 자신감도 있구요.

그런데 공연일 직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이름 써라’ ‘이름 안 쓰면 공연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요구를 받아야만 하다니요.

이는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입니다.

2024년 12월, 한 음악인은 공연 직전 ‘십자가 밟기’를 강요당했고, 그 자체가 부당하기에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공연이 취소되었습니다.

많은 팬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티켓비용 뿐만 아니라, 교통비, 숙박비도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날 공연을 보겠다 기대하였던 일상이 취소되었습니다. 대신 사과드립니다.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 문제입니다. 창작자에게 공공기관이 사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문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했고, 그 요구를 따르지 않자 불이익이 발생했습니다. 안타깝고 비참합니다. 우리 사회의 수준을 다시 높힐 수 있도록 문제를 지적하고 바꾸겠습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