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라는 거였다” 영하 한파에 남태령 밤새 지키며 저체온증 온 시민들 분노
2024-12-2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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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농, 20시간째 남태령서 경찰 대치 중
자정 넘어 1000여 명 몰려든 남태령 일대
윤석열 대통령의 처벌을 촉구하며 트랙터를 몰고 상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전농)이 서울 서초구 남태령고개 인근에서 경찰과 20시간 넘게 대치 중인 가운데 당시 자리를 지켰던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22일 전농 등에 따르면 '전봉준 투쟁단' 트랙터 30여 대와 화물차 50여 대는 지난 21일 정오께 과천대로를 통해 서울에 진입하려다 서초구 남태령 고개 인근에서 경찰에 저지된 후 그 자리에서 20시간 넘게 대치 중이다.
현재 현장에는 시민들까지 대거 가세하며 사실상의 집회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밤에는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과천대로 일대에 1000여 명이 넘는 시민이 모여 밤샘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경찰이 설치한 차 벽을 치우라고 요구하거나 K팝에 맞춰 응원봉을 흔들고 '윤석열 탄핵' 등의 구호를 외쳤다.
다만 경찰이 시민들이 모인 공간의 앞뒤를 봉쇄한 탓에 당시 자리를 지켰던 시민들이 저체온증에 시달리는 등 목숨이 위험해질 뻔했다는 분노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시민은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를 통해 "광화문 시위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남태령 소식 듣고 갔다가 지금 돌아오는데 차도 다 끊긴 한밤중 영하 7도에 편의점도 아무것도 없는 아스팔트에 앞뒤로 봉쇄해 놓았던 건 우리보고 그냥 죽으라는 거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핫팩, 음식을 보내주지 않았다면 정말 말 그대로 우린 죽었다. 대비하고 간 자리도 아니어서 옷도 그리 두껍지 않았고 핫팩도 별로 없고 물도 없었다"라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순전히 사람들이 핫팩 보내주고 서로 옆사람 확인하고 해서 살아남았다. 경찰이 우리 죽이려고 했는데 우리가 살아남은 거다. 근데 우리가 떠나면 농민 어르신들 앞에 아무 눈치 안 봐도 되는 저들이 서는 거다. 그래서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는데 일행이 자꾸 쓰러져서 정말로 죽을 것 같아서 나왔다. 경찰이 어젯밤 정말 이 모두를 죽이려고 했다"라며 격분했다.
다른 시민들도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를 통해 "장갑이랑 핫팩 꼭 챙겨라. 집 근처라고 간단하게 나왔다가 얼어 뒤질 뻔했다", "막차로 와서 '첫차는 그래도 정 없지' 하며 그다음 차 타고 집 가는 중이다. 밤샐 각오 많이 하고 왔는데도 어마어마하게 춥더라. 앉아 있으면 엉덩이 어는 게 느껴져서 계속 서 있었더니 발도 저렸다. 해 뜰 때까지만이라도 같이 지키고 싶었는데 11시까지 출근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일찍 나왔다. 그래도 전철 기다리는데 반대편 전철에서 사람들 꽤 많이 내리는 거 보고 좀 안심되더라. 다들 화이팅이다", "지하철 안에서 토하는 줄 알았다. 가방 안에서 비닐봉지 찾아 쥐고 겨우 누르고 아무 데나 내려서 화장실 왔다. 더럽지만 또 위아래로 난리다. 먹은 것도 없는데 체내 수분 다 뺄 작정인가. 나 진짜 24년 12월 21일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아니 이렇게 힘든 거 절대 안 잊을 거다", "현장 왔다가 지하철 화장실 갔는데 눈물 난다. 지하철 바닥에 20대 애기들이 쓰러지거나 기대서 자고 있다" 등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는 저체온증 증상을 보인 시민들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극심한 한파로 가방에 넣어 뒀던 생수가 어는 경우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장에 온 시민들에게서 핫팩이나 담요, 음식 등을 나눠 받으며 몇 시간을 버텼다고 털어놨다.
한편 전농은 21일 오전 9시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출발해 낮 12시께 과천대로를 통해 서울에 진입해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광화문 촛불집회 장소로 행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은 극심한 교통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한 통고'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