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공범' 현수막 OK, '이재명은 안돼' 현수막은 NO한 선관위…이유는?
2024-12-21 15:30
add remove print link
“조기대선 가능성…대선후보 예견되는 특정인 겨냥 사전선거운동 해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을 '내란 공범'으로 표현한 현수막은 허용했지만, 정 의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 게시 요청은 불허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11일부터 정 의원 지역구인 부산 수영구에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정연욱도 내란공범이다!”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걸었다. 이에 정 의원은 “그래도! 이재명은 안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게시하려 했지만, 선관위는 이를 불허했다.
선관위는 두 현수막이 특정 후보의 당선 또는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을 달리했다고 설명했다. 공직선거법 제254조에 따르면 사전선거운동은 평상시에도 금지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조기 대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은 안됩니다'라는 문구는 이 대표가 대선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특정인이 대통령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이는 대선 입후보 가능성이 거론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장관이나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준”이라고 밝혔다.
반면, 정 의원을 ‘내란 공범’으로 표현한 조국혁신당의 현수막은 총선이 4년 뒤로 예정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정 의원의 낙선을 목적으로 한 사전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현령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이중잣대 선관위"라고 선관위의 결정을 비판했다.
선관위는 과거에도 현수막 게시와 관련해 ‘이중잣대’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2021년 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이 ‘내로남불’, ‘위선’이라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제작했으나, 선관위는 해당 문구가 민주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금지했다.
반면, 같은 해 민주당의 선거 기호인 1번을 연상시킨다는 논란이 있었던 TBS의 ‘#1합시다’ 캠페인은 사전선거운동으로 보지 않았다.
2022년 대선 때도 선관위는 민주당이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겨냥한 듯한 “술과 주술에 빠진 대통령”이라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 사용을 허가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당시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려는 취지에서 여야 모두 동일한 수준의 표현을 허용했다”고 해명했다.
현수막 관련 허용 기준이 달랐던 이유에 대해 선관위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표현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제90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하며, 특정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