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학교폭력한 가해자 신상 적은 유인물 동네에 붙인 아버지 '무죄'
2024-12-2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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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들, 피해자 들어서 집어 던지거나 명치를 찍어 누르고 목을 졸라
초등학생 아들이 학교폭력을 당하자 가해 학생들의 신상과 폭행 내용을 적은 유인물을 퍼뜨린 아버지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7단독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40)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소식은 연합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A씨는 지난해 10월 15일 전주의 한 아파트 상가와 전봇대 등에 '5학년 집단 따돌림 폭행 살인미수 사건 안내문'이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직접 부착한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유인물에는 A씨의 아들에게 학교폭력을 가한 가해자의 신상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와 폭행 사실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해당 유인물을 만들어 거리로 나선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A씨는 유인물 부착 전인 10월 13일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같은 반 학생들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곧장 학교에 방문해 담임 선생님, 경찰관 등과 함께 자신의 아들이 당한 폭력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그 결과 남학생 여럿이 같은 달 11~13일 A씨의 아들을 들어서 집어 던지거나 명치를 찍어 누르고 목을 조르는 등 폭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A씨 아들은 가해 학생들이 자신을 눕힌 뒤 못 움직이게 하고 발로 밟거나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A씨는 아들의 진술을 토대로 유인물을 만들어 주민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붙였다. 하지만 다음 달 열린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중 1명인 B군이 가담자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A씨는 해당 학생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A씨 아들은 B군 또한 자신을 폭행한 무리에 포함된 가해자라고 주장했으나 학폭위는 '구체적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고 학교 폭력이 일어난 마지막 날인 10월 13일에는 해당 학생이 결석했다'는 이유를 들어 해당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연을 접한 재판부는 피고인석에 선 A씨의 명예훼손 혐의가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유인물을 부착한 시점은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아들이 다니는 같은 반 '모든' 남학생이 학교폭력을 저질러 사과했다는 사실을 전달받은 이후였다"라며 "당시 담임 선생님은 B군이 결석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 입장에선 B군 또한 학교폭력을 저질러 함께 사과했다고 오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적시한 사실이 허위여야 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도 그와 같은 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하고 그것을 입증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라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당시 작성한 유인물의 내용을 허위라고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