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길로 50분' 학원 하나 없는 섬마을에서 서울대 의대 합격

2024-12-2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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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서 54㎞ 떨어져…전교생 모두 기숙사 생활

전남 신안 도초고 전경. / 신안군
전남 신안 도초고 전경. / 신안군

학원이 하나도 없는 전남 신안군의 섬마을에서 서울대 의대 합격자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19일 신안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도초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문정원(18) 양이 2025학년도 서울대 의대에 최종 합격했다고 밝혔다.

문 양은 서울대 외에 다른 대학 의대에도 합격했다.

도초고에서 서울대 의대 합격생이 나온 것은 개교 46년 만에 처음이다. 서울대 합격생도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전남의 90개 국공립 고등학교 중 올해 입시에서 서울대 의대 수시합격생을 배출한 곳은 도초고가 유일하다.

도초고가 있는 신안 도초도는 육지인 전남 목포에서 서남쪽으로 54.5㎞ 떨어져 있다. 목포에서 쾌속선을 타도 50여분 소요된다. 학교 주변에는 간척지와 야산, 바다뿐이다.

신안군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고등학교지만 인근 섬에서 온 학생들을 포함해 재학생은 160명에 불과하다.

3학년도 문 양을 포함해 단 44명이다. 섬에는 학원이 한 곳도 없다. 도초도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모두 다닌 문 양도 주중에는 학원에 다녀보지 못했다.

매일 등하교가 힘든 지역 특성상 도초고는 2008년 기숙형 고교로 지정돼 모든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학원이 없지만 학생들은 기숙사의 불이 꺼지는 오후 10시까지 공부했다고 한다.

관사 생활을 하는 교사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기숙사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학업을 도왔다.

임동규 도초고 교감은 “학원이 없으니 학생들이 공부하다 궁금한 문제가 있으면 교사들을 찾아온다”면서 “문 양 외에도 서울지역 주요 대학에서 합격 통지를 받은 학생들이 여럿 있다”고 귀띔했다.

문 양은 “넉넉하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꿈이 있어 꿋꿋하게 학업에 매진해 왔다”며 “섬에서 공부하는 건 여러 제약이 많지만, 선생님과 가족, 친구들이 응원해 줘서 합격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