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전석 매진… '한강' 작가가 낭독 시작하자 벌어진 놀라운 일
2024-12-1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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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열린 '노벨 낭독의 밤' 행사
소설가 한강이 참석한 '노벨 낭독의 밤' 행사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노벨 낭독의 밤'이 지난 12일 오후 7시(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 드라마극장에서 열렸다. 행사장 1층부터 2~4층 발코니석까지 총 700석 객석이 가득 찼다. 한강의 '노벨 위크(Nobel Week)' 마지막 공식 일정이다.
'노벨 위크 (Nobel Week)'는 노벨상 수상자 11명이 한 주간 노벨위원회가 준비한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다. 매년 스웨덴 과학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12월 10일)에 맞춰 진행된다. 한강은 지난 6일 오전 노벨 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관례적으로 왕립 드라마 극장에서 낭독 행사를 한다. 이날 행사에서 스웨덴 문학평론가 크리스토퍼 리안도어, 작가 겸 저널리스트 유키코 듀크가 한강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각각 다른 연사들이 '채식주의자', '흰', '소년이 온다' 등 세 편을 스웨덴어로 낭독했다.
행사 마지막 순서로 한강이 소설 '희랍어 시간'을 낭독했다. 낭독에 앞서 그는 "갑자기 말을 잃은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내 유일한 사랑 이야기다"라고 소설을 소개했다. '희랍어 시간'은 아직 스웨덴어로 번역되지 않았다.
한강이 낭독을 시작하자 객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휴대폰을 꺼내 들어 동영상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행사 중 촬영 금지'라는 사전 공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낭독이 끝난 뒤 약 2분간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객석에 있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무대 앞으로 달려 나와 한강에게 사진 촬영과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유키코 듀크는 무대에 오른 한강에게 "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벨상 수상을 위해) 출국해야 했으니 얼마나 끔찍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한강은 "비상계엄 사태 이틀 만인 지난 5일 출국한 이후 상황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이번 일로 시민들이 보여준 진심과 용기에 감동했다. 그래서 이 상황이 끔찍하다고만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앞서 지난 6일 한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는 "광주의 기억이 트라우마인데, 제 또래나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도 (시위 현장에) 많이 가셨다"며 "그대로 두면 상황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알기에 모두가 걱정과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위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제 책을 읽고 있는 분들의 사진을 보긴 했다. 뭉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