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중단 이행 시기를 임종기에서 말기로 당기자"
2024-12-1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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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이일학 교수 주장
한 해가 저물어가는 연말, 삶에 대해 한번 되돌아보는 요즘 '연명 치료'가 이목을 끈다.
연명 치료란, 현대의학으로 더 이상 치료할 수 없어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치료가 불가능하고 사망할 확률이 높은 환자를 최대한 오랫동안 시간을 두고 생존하게 두는 행위를 말한다.
연명 치료 중단의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다.
정부는 지난 4월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24~2028)을 발표했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시기를 말기환자 판정 이전으로, 연명의료 중단 이행 시기를 임종기에서 말기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 의견은 좀 더 구체적이다.
지난 11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현재 39만 3187명이 연명의료를 받지 않고 존엄사를 택했다. 이 중 80%가량이 막판에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인이 환자에게 미리 설명하지 않거나, 환자나 가족이 소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이일학 교수는 "연명의료 중단 이행 시기를 임종기에서 말기로 당기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교수는 "방치되거나 사각지대에 빠진 환자는 분노하고 있다. 현행 제도가 그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명의료 중단에 관련된 의사·간호사 21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대학병원 완화의료센터 7년 차 의사는 "환자가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일 경우 임종 과정에 접어들어야 판단하게 돼 있다"며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환자가 스스로 결정할 경우에도 충분한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자신의 상태를 이해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종사자들은 연명의료 중단 이행 시기를 말기로 당기는 데 찬성하면서도 말기와 임종기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점을 걱정했다.
이 교수는 "연명의료 중단 이행 시기를 말기환자로 당길 경우 그 시점부터 환자를 어떻게 돌볼지 생애말기 돌봄계획을 세우는 게 필수적"이라며 "그래야 환자의 이익과 자기결정권을 보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환자가 집이든 요양원이든 요양병원이든 간에 어디에서 말기를 보내더라도 통증에 시달리지 않게 진통제의 도움을 받고,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면 응급실에 갈 수 있고, 자원봉사자 등의 돌봄을 받아야 한다. 환자 사정에 맞춰 지역사회에서 돌보는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