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초유' 감액 예산안, 정부 동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 통과... 양당 갈등 고조
2024-12-1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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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본회의서 감액안 표결 진행
4조 1000억 원 정도가 감액된 내년도 예산안(총 673.3조 원)이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단독 처리된 이번 감액 예산안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례로 기록됐다. 대통령비서실·검찰·감사원 등 주요 권력기관의 예산이 대거 삭감된 것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정부의 동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국회는 10일 오후 본회의에서 감액안에 대해 표결을 진행했다. 재석 의원 278명 중 찬성 183명, 반대 94명, 기권 1명으로 예산안은 최종 의결됐다.
감액된 예산에는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특수활동비 82억 5100만 원 △검찰 특정업무경비 506억 9100만 원 및 특수활동비 80억 900만 원 △감사원 관련 예산 60억 원 △경찰 특수활동비 31억 6000만 원 등이 포함됐다.
민주당 소속 박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본회의 직전 연설에서 이번 감액 예산안 통과의 배경과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정부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감액 부분만 우선적으로 의결했다"며 "헌정사상 처음 시도된 감액안의 통과는 여러 아쉬움과 한계를 남기지만, 우리가 가지 않을 수 없는 운명처럼 패여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결위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 677조 원 중 4조 1000억 원을 감액한 673조 원 규모의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번 감액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본회의 직전까지 협상을 시도했다. 기획재정부와 국민의힘은 감액된 4조 1000억 원 중 3조 4000억 원을 복원할 것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이 제안한 복원안에는 △예비비 1조 5000억 원 △인공지능(AI) 산업 지원 등 경제 활성화 예산 1조 5000억 원 △민생치안 관련 경비 500억 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 3000억 원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와 여당이 제안한 증액안에서 실질적인 필요성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협상 결렬의 책임을 돌렸다.
국민의힘은 이번 감액안 단독 처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국민의 혈세를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켰다"며 "감액 예산안 통과로 발생할 모든 문제는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예산안 통과는 여야 간의 극심한 대치 속에서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언과 탄핵 정국으로 인해 제대로 된 협상이 진행되지 못한 점도 예산안 처리 과정의 혼란을 가중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