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에 빠진 백혈병 어린이 살린 곳은 서울대병원, 고 이건희 기부금 덕분
2024-12-1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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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의 카티 치료로 완치 기대를 받고 있어
백혈병 어린이가 새로운 치료법으로 희망을 찾았다.
10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채윤희(10) 양은 4년 전 급성림프모구백혈병(ALL) 진단을 받았다.
춘천에 사는 엄마 조영미 씨는 "잘 뛰어놀던 아이가 갑자기 어지럽다고 하더니 코피를 쏟았다"고 말했다. 코피는 멎지 않았고 얼굴에 빨간 출혈성 점들이 생겨 소아청소년과를 찾았다. 의사는 피 검사 수치가 이상하다며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2020년 봄 서울대병원에서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이때부터 표준 항암치료를 시작해 같은 해 10월까지 투병을 견뎠다. ALL은 항암치료 후 80~90% 회복되지만 10~20%는 재발 위험이 있다.
채 양도 결국 1년 6개월 만인 지난 4월 병이 재발했다. 다시 항암치료를 시작했으나 미세잔존질환 검사에서 백혈병 양성이 계속 나왔다. 이제 남은 방법은 조혈모세포 이식뿐이었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고용량 항암제 투여나 전신 방사선 치료가 선행돼야 한다. 이 과정은 아이에게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머니 조 씨는 "이식으로 인해 영구 불임이나 탈모 같은 부작용도 따른다고 해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주치의가 서울대병원이 자체 개발한 '카티(CAR-T) 치료'를 시도해 보자고 제안했다.
카티 치료는 환자 몸에서 면역 T세포를 뽑아 암세포만 공격하게 유전자 조작을 한 뒤 다시 주입하는 맞춤형 치료법이다. 주입된 카티는 암세포만 골라 죽이고 건강한 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카티는 기존 항암제가 듣지 않는 불응성, 재발성 혈액암 환자들에게 1회 투여만으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기적의 항암제'로 불렸다. 2021년 3월 국내에도 도입됐고 이듬해 4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고가의 약값 부담이 줄었다.
다만 카티를 들여오려면 냉동 상태로 국내까지 항공 운송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서울대병원은 직접 카티를 생산해 치료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구축했다.
고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유족이 서울대병원에 기부한 3000억 원으로 꾸려진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지원도 받게 됐다.
지금까지 소아·청소년 ALL 환자 8명이 이를 통해 카티 치료를 받았고 예후도 좋았다.
채 양은 기부금 지원으로 지난 10월 카티 치료를 받았고 한 달 뒤 1차 골수 검사에서 "백혈병 세포가 사라졌다. 깨끗하다"는 소견을 들었다.
조 씨는 "그동안 항암치료 등으로 1000만 원 가량 들었다. 환자와 가족들에게 치료비는 현실적 문제인데, 기부금으로 환자 부담을 덜어주고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줘 얼마나 다행이고 희망을 주는지 모른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주치의는 "T세포 채취는 서울대병원에 와서 하되, 생산된 카티의 투여는 환자가 치료받는 병원에서 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보건복지부 승인 과정을 거쳐 내년 3월쯤부터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카티 치료 임상 연구를 통해 조혈모세포 이식 전에 카티를 먼저 투여해 백혈병 세포를 완전히 없애고 이식을 진행함으로써 치료 성적을 향상시키거나, 가능하다면 이식을 대체해 환자들이 평생 큰 합병증 없이 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