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윤 대통령이 또 계엄 선포하면 직접 개입할 수밖에 없다”
2024-12-0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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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한국 민주주의 심각한 위기”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한국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경고했다.
한국계 정치학자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핵 6자회담 미측 차석대표 등을 맡은 차 석좌는 7일(현지시각)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을 심화하고 국제적으로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 석좌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이 과거 한국 군부 독재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중국, 북한, 러시아로부터의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가장 부적절한 시점에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로 인해 한국 정치가 장기적인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경제적·정치적 비용이 상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 석좌는 현재 상황에서 가장 명확한 결론은 윤 대통령의 퇴진이지만, 그 과정과 시점에 따라 한국, 미국, 나아가 전 세계가 큰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한국 정치권의 심각한 양극화와 대립이 있다. 차 석좌는 "민주당이 지난 4월 총선에서 300석 의회의 다수를 차지한 이후 정부의 법안과 예산안을 지속적으로 저지하며 정국이 경색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검찰의 야당 대표에 대한 부패 수사, 대통령 부인과 관련된 사치 논란 등 정치적 갈등이 격화됐다. 차 석좌는 이러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깜짝 계엄령을 선포하며 정치적 불안을 더욱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차 석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평화로운 시민 시위와 헌법적 절차가 한국 민주주의의 강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계엄령 무효화 결의 이후 군대를 철수시키긴 했지만, 국민 70% 이상이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위기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차 석좌는 야당 대표를 부패 혐의로 기소해 다음 대선 출마를 막으려 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차 석좌는 최악의 경우 군이 다시 거리로 나올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분노와 좌절이 또 다른 비상계엄 선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경우 한국 민주주의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며, 주식시장 폭락과 경제적 자신감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역시 이 혼란을 틈타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차 석좌는 북한이 서해에서 새로운 해양 경계를 주장하거나 다른 형태의 군사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현재까지 한국의 정국 혼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차 석좌는 "미국은 법치와 헌법적 절차를 강조하며 중립적 입장을 고수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만약 윤 대통령이 2차 계엄령을 선언할 경우, 미국이 한국 대통령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차 석좌는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민주주의와 자유를 한국의 글로벌 역할과 자신의 정책 중심으로 삼아왔다. 이에 대해 차 석좌는 "그가 국내에서 가장 비민주적 행동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며, 이번 사태가 그의 정치적 유산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차 석좌는 "윤 대통령의 퇴진은 거의 확실시되지만,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 안보, 국가의 번영이 희생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