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 진통제 처방은 급증하는데…관리할 약사는 턱없이 부족
2024-12-0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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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약사 없는 병원이 마약류 두 배 가까이 처방해
마약성 진통제 처방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관리할 약사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런 병원들이 오히려 의료용 마약류를 두 배 가까이 더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서영석·김윤 의원은 국회도서관에서 한국병원약사회와 함께 의료용 마약류 관리 강화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경임 고려대 약대 교수는 "지난해 의료기관에서 처방한 주요 마약류 중 페티딘 성분 계열이 405만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보다 81% 증가한 수치다.
옥시코돈 성분계열 처방 건수는 252만건으로 62% 늘었다. 주사제를 제외한 펜타닐 성분은 126만건으로 42% 증가했다.
2019년 강한 마약성 진통제는 환자 1000명당 15.2건 처방됐다. 2009년에는 0.6건에 불과했다. 서방형 마약성 진통제는 2009년 6.8건에서 2019년 82건으로 증가했다.
윤정이 한국병원약사회 환자 안전·질 향상 이사는 마약류 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에 따르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수의사가 진료를 목적으로 마약류를 투약하고 처방전을 발급할 수 있다. 의료기관 약사는 의사가 투약하거나 투약 목적으로 제공한 마약류를 조제하고 관리하는 책임을 진다.
의사가 4명 이상인 의료기관에는 마약류관리자(약사)를 두게 돼 있다. 그러나 의사가 4명 이하인 소규모 병원 316곳과 요양병원 249곳에는 마약류관리자가 없다. 이들 병원에서 마약류를 사용하는 비율은 일반 병원의 20%, 요양병원의 18%에 해당한다.
그러나 올해 1~6월 기준 마약류관리자가 없는 병원의 마약류 사용량은 마약류 관리자가 지정된 병원보다 20% 더 많았다. 상위 20개 병원을 비교하면 미지정 병원의 사용량이 191% 많았다.
윤 이사는 "마약류 관리자 유무가 사용량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병원급 의료기관에는 최소 1명의 마약류관리자가 반드시 배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가 4명 이하인 병원이나 요양병원은 주 16시간 일하는 약사를 두면 된다. 이들은 입원환자의 일반적인 약물 관리가 주 업무인데 마약류 관리까지 맡아야 한다. 이들이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는 안전 관리 사각지대에 빠질 수 있다.
윤 이사는 "마약류 관리자가 있는 병원도 업무량이 급증한다. 특히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의 약사에게 마약류 관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하루 마약류 관리료가 입원 환자 당 240원, 외래 환자 방문 당 160원이다. 인건비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실적인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이용우 '한국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환우회' 회장은 "마약류 오남용의 상당수가 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을 돌며 처방받는 '의료 쇼핑' 탓이다. 지금 체계에서는 의사가 이런 걸 판별할 수 없다. 오남용의 책임을 의료인에게 돌리면 꼭 필요한 환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하는 게 위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마약 의료 쇼핑을 환자에게 맡겨 놓은 게 적절한지 묻고 싶다"며 "식약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 안전 사용 서비스(DUR)를 연계해 '의료 쇼핑'을 막아야 한다"고 전했다.
김은주 식약처 마약관리과장은 "NIMS에서 펜타닐의 과거 1년 처방 내역을 알려준다. 다른 성분의 마약류로 확대하고, 심평원의 DUR 연계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