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초입부···500살 은행나무 '눈부신 자태' 뽐내
2024-12-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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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량리 은행나무, 550년 역사의 살아있는 화석
12월 첫 주말이었던 지난 1일, 포근한 겨울 날씨 속에서 울산 울주군 두서면 구량리로 향하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오랜 세월을 견뎌온 구량리 은행나무는 단순한 나무를 넘어 자연과 역사를 간직한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가을이면 황금빛 단풍으로 물드는 이 나무는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장관을 만들어내며, 매년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구량리 은행나무는 울주군 두서면 중리마을 860번지에 위치해 있다.
자동차로는 울산 중심부에서 반구대로를 따라 신당사거리에서 좌회전한 뒤 구량교를 건너면 마을 입구에 도달한다. 마을회관 근처에 차량을 주차하고 좁은 마을길을 따라 약 5분 정도 걸으면 웅장한 은행나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1962년 12월 3일, 구량리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64호로 지정됐다. 약 550~600년의 역사를 지닌 이 나무는 높이 22m, 둘레 12m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로 보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나무는 마을 한가운데에 서 있어 주변 논밭과 어우러지며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구량리 은행나무에는 오랜 전설도 담겨 있다. 약 500년 전, 벼슬을 내려놓고 이곳으로 온 이지대 선생이 서울에서 가져온 은행나무를 집 마당 연못가에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한 나무 밑동에 있는 썩은 구멍에서는 아들을 낳게 해준다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전해져 왔다. 물론 이는 전설에 불과하지만, 나무를 더욱 특별하게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됐다.
가을철 은행나무는 특히 압도적인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다. 나무 아래 서면 마치 자연이 만든 황금빛 돔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모습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촬영 장소로 손꼽힌다. 은행나무와 그 주변 자연이 어우러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순간, 마치 예술 작품 같은 장면이 완성된다.
구량리 은행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닌, 긴 세월 동안 마을 사람들의 삶을 지켜봐 온 상징적인 존재다. 지금도 마을의 중심에서 자연과 역사, 그리고 문화를 아우르며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