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결국 축협회장 4선 출마 공식화... 온갖 욕 다 먹으면서도 출마 강행하는 이유
2024-12-02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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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의 아이콘'으로 낙인 찍힌 그는 왜 출마 강행할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국민 비난을 한몸에 받으면서도 4선에 도전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정 회장은 2일 축구협회에 후보자등록의사표명서를 제출하며 4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그는 자동으로 회장 직무가 정지됐다.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김정배 부회장이 회장직을 대행하게 된다.
이번 선거는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의 2파전 구도가 예상된다. 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경선이 치러지는 건 정 회장이 처음 당선됐던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그는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 김석한 전 전국중등축구연맹 회장, 윤상현 의원 등을 누르고 회장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 2·3선 때는 홀로 입후보해 경선 없이 당선됐다.
정몽규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자 1994년 울산 현대(현 HD) 구단주를 시작으로 30년간 축구계와 인연을 이어왔다. 그는 재정적으로 협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가라는 점과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강력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다. 협회 산하 단체장과 시도협회장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어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팬들 사이에서 그의 평판은 바닥에 가깝다. 불투명한 행정과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공정성 논란으로 그는 '무능의 아이콘'으로 낙인 찍힌 상태다. 문체부 감사 결과와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 요구까지 받은 상태다.
그럼에도 정 회장이 출마를 강행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선 축구협회장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과 같은 대회에서 한국 축구를 대표할 수 있는 자리다. 그는 올해 5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으로 복귀하며 국제 축구 무대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FIFA 평의회 복귀를 시도하는 정 회장에게 축구협회장은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할 기회로 작용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수장으로서 정 회장은 중동 지역 석유재벌들과의 교류 등 국제 네트워크 확장을 축구협회장 직위를 통해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축구협회장은 단순히 국내 단체장이 아니라 국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통로로 작용한다.
허정무 전 감독은 인기 면에서 정 회장을 앞선다. 그는 경기인으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왔으며, 행정가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허 전 감독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고, 축구협회 부회장,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축구협회를 이끌어갈 행정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출마 기자회견에서 시도협회의 재정 자립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부활 같은 구체성 부족한 공약을 내놓으며 실망감을 안겼다.
정 회장과 허 전 감독의 대결은 축구 팬들과 축구계 관계자들의 선택에 달렸다. 팬들 사이에서는 정 회장이 또다시 당선될 경우 축구계 전반에 대한 실망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몽규 회장은 연임을 위한 첫 관문인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에도 응했다. 이 과정에서 국제기구 임원 활동, 재정 기여, 단체 운영 건전성 등이 평가된다. 정 회장은 4년 전 이 심사에서 100점 만점 중 96점을 받았다. 이번에도 심사 통과가 유력시된다.
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논란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에 대한 재심의를 요청한 바 있다. 이는 정 회장이 연임 도전 과정에서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는 다음달 8일 열린다. 정몽규 회장의 4선 도전이 성공할지, 아니면 허정무 전 감독이 새로운 회장으로 선출될지가 당분간 축구계의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