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35%가 부모한테 전화 받았다... 어머니가 78.6%, 아버지가 7.1%
2024-12-0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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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인사담당자들 뒷목 잡게 만드는 '과잉양육'
대기업 인사담당자 35%가 직원 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앙일보는 국내 100대 기업(시가총액 기준, 금융업·지주사 포함) 소속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40명 중 35%(14명)가 “본인이나 동료가 직원 가족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고 2일 보도했다.
연락한 가족 구성원 중에서는 어머니가 78.6%(11명)로 가장 많았고, 아버지는 7.1%(1명)였다. 부모가 기업에 연락한 주요 이유는 문의(78.6%)로, 부서 이동, 급여, 복장 규정, 휴가 관련 요청 등 다양했다.
최근 기업에서는 이처럼 자녀가 회사에서 겪는 문제를 부모가 직접 해결하려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1990년대 초 등장한 ‘헬리콥터 부모’ 개념이 성인 자녀의 직장생활까지 확대된 양상으로, 과도한 보호와 간섭이 이어지는 ‘과잉양육’ 현상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정보통신(IT) 분야 한 대기업 팀장은 중앙일보에 직원 아버지가 지방에 제사를 지내러 가야 하는데 반차를 깜빡했다고 대신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인사팀 과장은 입사 탈락자 부모가 우리 아이 스펙이 이렇게 좋은데 왜 불합격 처리했냐고 항의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한 금융사의 부서장은 직원 부모가 회사에 연락해 가족여행 계획을 깜빡했으니 휴가 일정 조정을 부탁한다며 간섭한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무단퇴사 직원의 부모가 자녀를 다시 받아줄 수 없겠냐며 복직을 요청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또 다른 기업에서는 직원 부모가 자녀 대신 사직서를 작성한 경우도 있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채용 과정에서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중 한 대기업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채용설명회를 진행했을 때, 부모들로부터 입장 방법과 관련된 문의가 쇄도한 적이 있다. 한 채용 대행사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면접 때 부모가 자녀와 함께 대기실에 들어가려 하거나 면접 일정에 대해 계속 문의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부모가 입사설명회에 자녀 대신 참석하거나 자녀의 취업 서류를 직접 작성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출생아 감소로 인해 부모의 관심이 한 자녀에게 집중되는 환경, 부모 세대보다 경제력이 떨어진 첫 자녀 세대의 특징이 이러한 부모 개입 현상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또한 과잉보호에 익숙해진 자녀들이 독립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향도 문제의 한 축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모의 과도한 개입이 자녀의 독립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기업 내부적으로도 혼란을 초래한다고 우려한다. 기업 입장에서 부모의 간섭은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조직 문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국가마다 다르다. 미국의 일부 기업은 부모의 관심을 긍정적으로 수용해 자녀의 직장을 소개하는 행사를 열기도 하지만, 일본이나 독일처럼 개인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기업 문화에서는 부모 개입 사례가 상대적으로 드물다.
많은 이가 부모의 과도한 개입이 자녀의 독립성을 해치고 직장 문화를 왜곡한다며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한 네티즌은 “회사가 초등학교냐? 부모가 자녀 대신 나서서 해결하려는 모습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부모 행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댓글에서는 “자식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못 견디겠다면 아예 집에 데리고 살라. 왜 남들에게 피해를 주나”는 의견도 나왔다.
일부는 이러한 부모 행동이 자녀의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적 독립까지 방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댓글 작성자는 “과잉보호가 결국 자녀를 망치고, 사회에서도 무책임한 성인으로 만들 뿐이다. 부모의 이런 행위가 자녀를 더 힘들게 하는 걸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