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맞아... 산행객 매료하는 겨울 지리산 노고단

2024-12-0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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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한국 신화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성지
겨울 노고단, 황금빛 일출과 운해의 장관

지난달 27일, 지리산 노고단에 첫눈이 내려 겨울의 문을 열었다. 하얗게 눈으로 뒤덮인 노고단은 겨울 산행의 대표적인 명소로, 많은 이들에게 설렘을 안겨주고 있다.

지리산 노고단 설경  /연합뉴스
지리산 노고단 설경 /연합뉴스

특히 노고단은 뛰어난 접근성 덕분에 겨울철에도 탐방객들로 북적인다. 성삼재에서 시작해 정상까지 이어지는 약 2.6km의 탐방로는 완만해 누구나 부담 없이 설경을 즐길 수 있으며, 지난해에만 약 34만 명이 이곳을 찾았다.

전국 곳곳에 첫눈이 내린 27일 오전 전남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 노고단에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다. / 지리산국립공원 전남사무소 제공
전국 곳곳에 첫눈이 내린 27일 오전 전남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 노고단에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다. / 지리산국립공원 전남사무소 제공

그러나 노고단이 단순히 편리한 산행지로만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노고단(老姑壇)’은 ‘늙은 시어머니 제사 터’를 의미하며, 한국 신화 속 창조신인 마고할미와 관련된 유서 깊은 장소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가 어머니 선도성모를 산신으로 받들며 제사를 올렸다는 전설이 내려오며, 신라 진흥왕 시절부터 약 1300년 동안 남악제를 지낸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노고단의 역사적 가치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제강점기로 끊겼던 남악제는 1982년에 다시 시작돼 매년 4월 구례 화엄사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열린다. 이러한 전통은 노고단을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한국인의 자연과 신앙이 어우러진 성지로 자리 잡게 했다.

겨울의 노고단은 자연경관 또한 특별하다. 새벽 일출과 운해는 노고단을 대표하는 장관으로 꼽힌다. 구름이 바다처럼 산맥을 덮고, 그 위로 떠오르는 태양은 황금빛으로 주변을 물들인다. 이 장면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보기 어렵지만, 감동을 선사하는 특별한 경험으로 탐방객과 사진작가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지리산의 겨울 산행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눈으로 덮인 탐방로는 미끄러울 수 있어 방한 장비와 아이젠 같은 안전장비를 챙겨야 한다. 탐방 전에는 지리산국립공원 홈페이지나 관리사무소를 통해 탐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첫눈과 함께 겨울의 매력을 선사하는 노고단은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명소로,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하고 있다.

home 이범희 기자 heebe904@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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