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은커녕 공포만 안긴 첫눈... 수도권 폭설에 기상 전문가까지 화들짝 놀란 이유

2024-11-2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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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에 한 번 정도 나타날 수 있는 빈도”

많은 눈이 내린 27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기상청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월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고 밝혔다. / 뉴스1
많은 눈이 내린 27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기상청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월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고 밝혔다. / 뉴스1
기상전문가인 반기성 YTN 재난자문위원이 28일 ‘뉴스UP’에 출연해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어진 수도권 폭설에 대해 “200년에 한 번 정도 나타날 수 있는 빈도”라면서 자신도 처음 접한 기상이변에 놀라워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진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진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반 위원은 이번 폭설의 원인을 기후변화와 더불어 이례적으로 높아진 해수온도로 설명했다. 폭염의 영향으로 서해 해수온도가 평년보다 2도 정도 상승한 상태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해기차로 강력한 눈구름대가 형성됐고, 이 눈구름대가 기압골을 타고 내륙 깊숙이 이동하며 기록적인 폭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반 위원은 수도권처럼 지형적으로 폭설이 드문 지역에서 이번과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은 자신의 기상학 경력에서도 처음 보는 사례라면서 현재 수도권과 강원도, 충청 일부 지역의 눈은 기상관측 이래 117년 만의 기록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폭설의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대기 불안정이었다.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고 남쪽에서 따뜻한 공기가 올라오면서 두 공기가 충돌해 대기 불안정을 유발했는데, 이는 여름철 국지성 폭우와 유사한 메커니즘이라고 반 위원은 밝혔다. 여름에는 대기의 수증기 함량이 높아 폭우가 내리지만, 겨울에는 수증기량이 적기 때문에 강설로 이어지며 절대적인 수량은 적더라도 눈으로 쌓였을 때는 폭설이 된다. 반 위원은 이번 폭설이 12월이나 1월이 아닌 11월에 발생한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아직 해수온도가 높아 대기로 공급되는 수증기량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지역에 대설특보가 발효된 28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 탑승장이 출근길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이날 오전 안전 안내문자 통해 '수인분당선과 국철 1호선 지하철 일부 전동차 운행이 지연 중'이라고 알렸다. / 뉴스1
수도권 지역에 대설특보가 발효된 28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 탑승장이 출근길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이날 오전 안전 안내문자 통해 "수인분당선과 국철 1호선 지하철 일부 전동차 운행이 지연 중"이라고 알렸다. / 뉴스1

이번 폭설로 인해 중부지방의 눈은 대부분 습설이다. 이로 인해 제설작업의 어려움과 구조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습설은 물기를 많이 머금은 눈이다. 일반적으로 건설보다 10배 정도 무겁다. 10m x 10m 크기의 습설이 20cm만 쌓여도 약 1.2톤의 무게를 기록한다. 이는 비닐하우스와 같은 약한 구조물을 붕괴하기에 충분하다고 반 위원은 경고했다. 실제로 건설은 쉽게 쓸려나가는 반면 습설은 잘 떨어지지 않고 한 번 녹았다가 다시 얼어붙는 특성이 있어 제설작업이 더디고, 결빙된 도로로 인해 교통사고 위험이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의 폭설은 이번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는 전형적인 서해안 폭설이나 동해안 폭설과는 다른 형태다. 서해안 지역은 주로 해상에서 발생한 눈구름이 지형적 영향을 받아 폭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동해안은 동풍에 의해 눈이 내리는 경우가 잦다. 반면 이번 수도권 폭설은 북쪽에서 내려오는 기압골과 관련된 것으로, 이런 기압골이 중부지방에 많은 눈을 몰고 오는 경우는 매우 드문 현상이라고 했다.

현재 중부지방에서는 시간당 15cm의 눈이 계속 내리고 있으며, 수도권과 강원 지역에는 추가적으로 515cm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 위원은 이번 폭설을 두고 "11월 폭설로는 역대 가장 많은 양"이라며 수도권 기상 이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상학적 원인 외에도 이번 폭설은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로 위에 쌓인 눈이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제설작업이 어려워짐에 따라 사고 위험이 급증하고 있으며, 전신주나 나무가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반 위원은 시민들이 안전을 위해 반드시 스노타이어를 장착하고, 빙판길에서는 서행하며 앞차의 바퀴 자국을 따라 운전하는 등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 위원은 해수온도 1도의 상승이 폭설과 같은 극단적 기상현상을 강화한다고 설명하며 "해수온도 1도 상승은 대기온도 1도 상승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해수온도가 1도 상승하면 대기로 공급되는 수증기량이 7% 이상 증가하며, 이는 눈이나 비구름의 강도를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된다. 특히 이번 폭설은 서해의 해수온도가 평년보다 2도 정도 높아진 상태에서 발생했기에 더욱 많은 수증기를 공급받아 기록적인 강설로 이어졌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