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에이태큼스) 러시아 본토에 첫 발사
2024-11-2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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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핵 카드'로 맞불... 우크라이나전쟁 확전 국면 접어들었나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전술 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러시아 본토에 발사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핵공격 대상에 포함하는 ‘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 1000일째를 맞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확전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19일 오전 3시 25분(현지시각) 우크라이나군이 접경 지역인 브랸스크주를 향해 에이태큼스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방공시스템이 5발을 격추했으며 나머지 1발도 큰 피해를 내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이 성공적이었다며 공습 성과를 강조했다.
이번 공격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하도록 승인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이뤄진 것이다. 미국 정부는 공식적인 승인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를 조 바이든 대통령이 퇴임 전 우크라이나에 남긴 '최종 선물'로 보는 해석도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장거리 무기 사용을 강력히 요청했지만, 미국은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이를 미뤄왔다.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의 직접적인 공격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던 만큼 이번 공격은 국제 정세를 크게 흔들고 있다.
공교롭게도 러시아는 같은 날 새로운 핵 교리(독트린: 국가 수반이 외교 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국제 사회에 표방하는 정책상 원칙)를 발표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개정된 교리는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이 러시아를 공격할 경우 이를 공동 공격으로 간주해 핵 대응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한 재래식 무기로도 러시아와 동맹국의 주권 및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가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는 미국산 에이태큼스 미사일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데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이 같은 공격을 중대 위협으로 간주하며 핵 옵션 사용 근거를 강화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이 서방의 직접적 개입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자체적으로 장거리 무기를 활용할 역량이 없는 만큼 이는 서방 병력이 우크라이나와 함께 행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우크라이나가 나토 동맹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침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이 경우 나토 주요 시설을 포함한 모든 목표에 대량살상무기로 보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이번 에이태큼스 사용이 단순히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북한과 러시아 간의 군사 협력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포함됐다고 본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이번 정책 전환을 통해 북한군 파병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군은 최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고, 우크라이나는 해당 지역을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러나 첫 공격은 쿠르스크 대신 브랸스크를 겨냥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충돌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시 신속한 종전을 약속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브랸스크 공격이 러시아의 대응 의지를 시험하려는 의도가 크다고 분석했다. 바실리 카신 모스크바 고등경제대학교 교수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제한적인 규모로 이뤄진 만큼 이는 러시아의 군사적·정치적 반응을 관찰하려는 의도”라고 타스 통신에 설명했다.
러시아의 강경 대응 가능성과 서방의 추가 지원이 맞물리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빠르게 치닫고 있다. 국제 사회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하고 있으며, 확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