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코인 불장인데... 과거 50% 넘었던 김치 프리미엄이 현재 1%대로 떨어진 이유

2024-11-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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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에도 15% 기록했던 김치 프리미엄

최근 주요 가상자산(암호화폐·코인)의 가격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김치 프리미엄(김프)'은 1% 수준에 머물며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evgenii mitroshin-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evgenii mitroshin-shutterstock.com

김치 프리미엄이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인의 가격이 해외 거래소 가격보다 높은 상태를 의미하는데, 이는 국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과거에는 이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상승해 외환시장에 부담을 주기도 했으나, 현재는 큰 문제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18일 연합인포맥스의 가상자산 거래소 종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의 김치 프리미엄은 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17년 가상자산 시장이 처음 활황을 보였을 때 김치 프리미엄이 50%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당시에는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며 국내외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졌고, 차익거래를 위한 외환 수요도 급증해 외환시장이 부담을 받았다.

올해 4월에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소식으로 김치 프리미엄이 일시적으로 15%까지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해 현재는 1% 내외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차익 거래로 인해 외환시장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상황이다. 김치 프리미엄이 낮은 이유는 국내외 코인 시장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면서 차익 거래의 유인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김치 프리미엄이 높으면 해외 거래소에서 저렴하게 구매한 코인을 국내에서 비싸게 판매해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이런 차익 거래에서 발생한 원화를 다시 달러로 바꿔 해외로 송금하는 과정이 외환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실제로 2022년에 차익 거래를 목적으로 한 불법 외화 송금이 금융감독원에 의해 적발된 바 있는데, 그 규모가 무려 122억6000만 달러(약 17조 1431억 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해 우리나라 전체 경상수지 흑자의 약 41%에 해당하는 큰 규모였다.

또 2018년엔 해외 거래소에서 싼 가격에 구매한 가상자산을 국내에서 판매한 후 이 자금으로 금괴 68kg을 구매해 해외로 반출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1% 수준의 김치 프리미엄으로는 의미 있는 차익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론적으로는 차익 거래가 가능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여러 제약이 존재한다.

우선,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해외로 보낼 수 있는 돈의 양이 제한돼 있다. 개인은 한 번에 최대 1만 달러, 연간 10만 달러까지만 송금할 수 있으며 더 많은 금액을 송금하려면 합당한 거래 증빙이 필요하다.

게다가 금융감독원이 불법 외화 송금을 단속한 이후, 은행들은 자금 흐름을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다. 영업점에서의 심사는 물론, 본점의 실시간 감시와 사후 점검까지 삼중으로 관리하고 있어 무역 거래로 위장한 송금도 차단된다.

특히 해외 거래소에서 국내로 가상자산을 전송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 가격 변동이 일어나면 차익은커녕 손실을 볼 위험도 크다.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가상자산 및 자본시장은 폐쇄적이고 자금의 자유로운 흐름이 제한돼 있다"며 "김프는 단기적으로 국내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 발생하지만,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