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 안산 한 건물서 발생한 큰 화재... '이 사람' 덕분에 52명 목숨 구했다
2024-11-1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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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새벽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상가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
17일 새벽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상가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은 데에는 31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구조대 팀장의 신속한 판단이 주요했다.
이날 오전 3시 38분경 6층짜리 건물 1층에 위치한 식당에서 시작된 불은 건물 전체로 확산됐고, 특히 5층과 6층에 있는 모텔 두 곳에 투숙 중이던 수십 명의 목숨을 위협했다. 다행히도 이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고, 투숙객을 포함한 총 52명이 안전하게 구조됐다.
화재는 1시간여 만에 진압됐지만, 건물 내부의 연기가 심각하게 퍼져 구조 작업이 매우 긴박하게 진행됐다. 화재 발생 당시 대부분의 투숙객은 잠을 자고 있었고, 새벽 시간대에 갑작스레 발생한 불길에 대처할 시간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원이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안산소방서 소속 119구조대 박홍규 팀장의 빠르고 적절한 상황 판단 덕분이었다.
박 팀장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불길이 최고조에 달했고, 5층과 6층에 있는 투숙객들로부터 긴급한 구조 요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길이 너무 강해 처음에는 2층까지만 진입할 수 있었고, 1층으로 다시 내려와 건물 구조를 살펴봤다"며 상황을 되짚었다.
건물 각 층의 계단 쪽에 큰 창문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박 팀장은 창문을 깨서 열기와 연기를 밖으로 빼내며 진입로를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다. 창문이 깨지자마자 연기와 열기가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구조대는 투숙객들이 몰려있는 5층과 6층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박 팀장과 소방대원들은 연기가 가득 찬 5층 복도에서 이미 한 명이 쓰러진 것을 발견했고, 객실 내부에도 연기가 가득 차 숨 쉴 수 없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는 투숙객들에게 마스크를 씌운 뒤 한 명씩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시작했고, 다른 구조팀들의 지원이 이어지며 10여 차례 건물을 오르내리며 구조 작업이 진행됐다.
이번 화재 구조 작업에서 주목할 점은 약 3개월 전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 참사가 중요한 교훈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부천 호텔 화재 당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을 잊을 수 없다"며 "그 사건 이후로 저희는 훈련을 더 철저히 했고, 그게 이번 구조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8월 22일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는 투숙객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치는 참사였으며, 에어매트 전개 과정에서의 문제로 사망자가 발생한 바 있다. 그 사건 이후 소방 당국은 에어매트 전개와 같은 현지 적응 훈련을 강화했고, 이번 안산 화재에서도 그 훈련이 효과를 발휘했다.
안산 상가 화재 당시에도 두 명의 투숙객이 건물 밖에 설치된 에어매트로 뛰어내려 구조됐고, 부천 화재 이후 강화된 훈련 덕분에 에어매트 사용이 더욱 안전하게 이뤄졌다.
경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부천 호텔 화재 이후 현지 적응 훈련을 더욱 강화하면서 구조대원들의 초기 대응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화재로 인해 31명이 연기 흡입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고, 그 중 2명은 중상자로 분류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현재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해 합동 감식을 진행 중이며, 이번 화재가 부주의에 의한 사고인지 여부를 면밀히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