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도박 문제, 사회적 경각심 필요
2024-11-1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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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도박 확산과 그 심각성
정부 통계로 본 청소년 도박 현황
최근 청소년 사이버 도박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간 '청소년 대상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통해 19세 미만 청소년 1,035명을 포함한 총 2,925명을 검거했다. 이 중에는 초등학생도 포함되어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세종시의 한 중학교에서도 청소년 도박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증언이 나왔다.
세종시 소재 중학교에 재학 중인 A군(14)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반 친구들 중 절반 정도는 모바일 게임 앱이나 인터넷을 통해 도박을 해봤다고 말합니다. 특히, 돈을 잃어도 멈추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적어도 20% 이상은 도박 중독 증상이 있다고 봐요"라며 도박이 친구들 사이에서 어떻게 퍼지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또한, "어떤 친구는 도박으로 돈을 벌었다며 비싼 옷이나 신발을 자랑하기도 해요. 그런 모습을 보면 다른 아이들도 돈을 벌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도박이 또 다른 유혹으로 작용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도박을 위해 친구나 가족을 속이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성이 드러난다. A군은 "도박을 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거나 부모님께 거짓말을 해서 돈을 받아내는 경우도 봤어요. 그런데 이런 행동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연하게 여기는 친구들도 있어요"라고 털어놓으며 청소년들 사이에서 도박이 이미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도박 중독으로 진료를 받은 19세 미만 청소년은 2017년 39명에서 2023년 1~8월 기준 111명으로 약 2.8배 증가했다. 또한,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2년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4.6%가 온라인 도박성 게임 중 카드·화투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는 청소년 도박 문제가 단순한 일탈 행위를 넘어 심각한 중독 문제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지게 되는 주요 원인으로 손쉬운 접근성을 꼽는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간단히 도박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고, 이러한 플랫폼들은 광고를 통해 청소년들을 적극적으로 유혹하고 있다.
세종시 교육청은 청소년 도박 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과 예방 대책 강화를 위해 각급 학교에 교육과 상담 프로그램을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불법 도박 사이트 차단과 함께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지지 않도록 가족과 학교가 함께 감시하고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도박 문제는 단순한 개인적 일탈의 수준을 넘어, 사회 전체의 경각심을 요구하는 심각한 현안이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 청소년들에게 도박의 위험성을 알리고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종시의 사례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청소년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