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만 되면 소환... 무종교인도 셔터 누를 단풍 인생샷 성당
2024-11-1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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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물든 단풍, 고즈넉한 성지에서 만나다
천주교 역사와 가을 풍경이 어우러진 특별한 여행지
올해 단풍이 예년보다 늦게 물들어 11월 중순까지 절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국 가을 명소들이 이제야 활기를 되찾고 있으며, 단풍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기려는 방문객들도 늦은 절정을 즐기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가을 단풍 속 고즈넉한 분위기의 사찰들이 인생샷 명소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와 비교해 가을 풍경이 아름다운 성당과 성지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감이 있다.
역사와 가을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두 성지를 추천한다. 이곳들은 단풍뿐 아니라 근대사의 중요한 의미도 담고 있어 의미 있는 가을 나들이로 손꼽히는 장소다.
첫 번째로 충북 제천시에 위치한 배론성지는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 시기 신자들이 숨어 형성된 성지로, 단풍철이 되면 가을빛으로 물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배론성지에는 순교자들을 기리는 성요셉 성당과 황사영 순교 현양탑, 최양업 신부 기념 성당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단풍이 성지 주변을 감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한국 최초의 근대식 신학교였던 배론 신학교가 있던 자리로, 천주교 신자 황사영이 순교의 길을 걸었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배론성지의 산책로를 따라 붉게 물든 단풍을 배경으로 걷다 보면 깊은 가을의 정취와 함께 사진 속에 그 고즈넉함을 담아낼 수 있다.
경기도 안성시에 있는 죽산성지는 1866년 병인박해 당시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된 곳으로, 충청·전라·경상도 지역을 연결하는 길목에 자리 잡은 역사적 요충지다. 조선 시대에 도호부가 설치될 만큼 중요한 위치였던 죽산은 천주교 박해의 중심지 중 하나로, 가을이면 단풍이 물든 성지의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단순한 풍경 이상의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붉은 단풍이 무거운 성지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덮어주고, 주변 숲과 마을길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면 한국 가을의 정취와 순교지의 역사를 한 장면에 담아내기 좋다.
단풍이 늦게 절정에 이르며 가을의 깊이를 더해주는 배론성지와 죽산성지는 고요한 가을 정취와 더불어 천주교 역사의 의미까지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