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으로 '역전 각' 보던 주호민, 불리한 의견 나왔다 (재판부 제출)
2023-08-02 15:39
add remove print link
특수교육 전문가, 핵심 쟁점인 '녹취록'에 대한 의견서 제출
국내 정상급 웹툰 작가인 주호민이 자폐아인 아들의 담임 교사를 고소한 것과 관련 녹취록을 분석한 전문가의 견해가 공개됐다.
2일 EBS 뉴스12는 33년 경력의 특수교육 전문가가 '주호민 사태'의 핵심 증거로 꼽히던 녹취록에 대해 '학대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서를 특수교사 변호인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녹취록을 분석해 의견서를 쓴 사람은 나사렛대 류재연 교수로 그는 33년 경력의 교육자이자 발달장애 선별의 필수 검사 도구를 개발하는 등 특수교육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그가 작성한 의견서는 모두 12쪽 분량으로, 핵심 내용은 주호민 측이 제출한 녹취록에서 학대 행위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당초 녹취록과 관련해 꼽히던 핵심 쟁점 두 가지는 교사가 학생에게 '고약하다'는 표현을 쓰고 '반에 못 간다'고 말한 것인데, 류재연 교수는 '고약하다'는 표현이 받아쓰기 교재를 따라 읽는 과정에서 쓰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류 교수는 이같은 표현에 대한 학생의 반응 역시 정서적 모욕을 느낀 정황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야, 너, 너를 얘기하는 거야"라는 교사의 말에도 학생은 즉시 '네'라고 답해 학대로 인식한 정황 또한 없다고 판단했다.
류 교수는 EBS에 "(고약하다는 표현이) 교육하는 학습장에 명확하게 있었다. 이 학생의 문제를 가르치기 위해서 그 상황을 회상시켜서 이 아이의 이 문제를 교정하기 위한 부분의 의도는 충분히 있었다고 본다"며 교사가 '너희 반 못 간다'고 말한 것도 전후 맥락을 보면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녹취록에서 류 교수는 교사가 학생에게 '왜 못 가?'라고 묻자 학생이 신체를 노출한 일에 대해 답한 것을 두고 단호하고 명확한 질문 몇 마디로 의미 있는 훈육을 했다고 판단했다.
그는 해당 과정에서 불필요한 잔소리가 없었고,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 수업 내내 존대어를 유지한 점도 학대 의도와 연결 짓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해당 학생이 정서적 모욕감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해석은 "사건 당일부터 불안한 반응과 두려움을 표현했다"는 가족들 주장과 배치되는 점이 있으며 녹취록으로 음성의 질과 높낮이 등 간접정보까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도 한계로 제기되기도 했다.
특수교사 변호인 측은 류 교수의 의견서 등 교육전문가들의 의견서를 모아 이달 안에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사건의 다음 공판은 이달 28일로 알려졌다.
앞서 주호민은 지난해 9월 자신의 아들이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 특수교사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주호민이 녹음기를 아들 가방에 넣어 학교에 보낸 사실 등이 알려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주호민은 지난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건 당일부터 지속적으로 평소와 다르게 불안해 하는 반응과 두려움을 표현했다. 등교도 거부했다"며 "초등학교 2학년인 발달장애 아동 특성상 정확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고 특수학급에는 장애아동만 수업을 받기에 상황을 전달받을 방법이 없었지만 확인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녹음에는 단순 훈육이라 보기 힘든 상황이 담겨있었고 큰 충격을 받았지만, 우선은 주관적 판단이 아닌 객관적 관점에서 문제가 있는 지를 판단하고자 외부 자문을 구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