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참, 연플리보다 다양한 연기 보여드릴게요” 배우 정준환을 만났다

2020-04-1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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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준환 '생생' 인터뷰
"길고 오래가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정준환은 상승세가 눈에 띄는 배우다.

지난해부터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4', '비밀의 비밀', '썸 끓는 시간'에 연달아 출연했다. TV로도 보폭을 넓혀 KBS Joy '연애의 참견 시즌2'부터 출연 중이고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성동일을 따르는 사제 역으로 짧지만 강한 인상을 줬다.

뜨는 신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는 아역 배우 출신이다. SBS '순풍산부인과', KBS '매직키드 마수리', '요정 컴미' 등에 조·단역으로 출연했다. 독립영화에도 꾸준히 출연, 퀴어나 포주 등 흔치 않은 배역을 섭렵했다. 인하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후에는 동기들과 극단을 꾸려 매년 연극도 올리고 있다. 필모그래피가 탄탄하다.

무엇보다 함께 작업한 배우와 스텝들 사이에서 평이 좋다. 지인 소개로 출연한 작품이 적지 않은 이유다. 위키트리는 두 번에 걸쳐 정준환을 만나 속 깊은 대화를 나눴다.

이하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하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Q. '슬기로운 의사생활' 4화 잘 봤습니다. 물 맞는 사제 역할로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어요!

A. 성동일 선배님 덕분이에요! 풀샷에서는 귀 옆에, 바스트샷에서는 얼굴에 정확하게 물을 뿌리셨어요. 옷을 말리고 다시 촬영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센스있게 해주신 거죠. 촬영 끝나고 '정확하게 맞았으니 화면에 잘 나올거야 수고했어'라고 하셨는데 '추웠지? 아팠지?' 같은 말보다 감사했어요. 화면에 잘 나왔으면 하는 단역 배우 마음을 잘 아시는 거죠.

Q. '연참'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A. 운이 좋았어요. 친구랑 운동하는데 전화가 왔어요. 연애의 참견 제작진인데 지금 오디션을 보러 올 수 있냐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배우분이 펑크를 냈는지 급해보였어요. 제가 판교라 여의도까지 한 시간 반은 걸릴 텐데 괜찮으시냐고 여쭤봤어요. 괜찮다고 하셔서 바로 가서 오디션을 봤고 3일 뒤에 촬영 들어갔어요. 한 회만 출연하겠거니 했는데 감사하게도 저를 계속 불러주셔서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Q. 그럼 앞으로도 꾸준히 볼 수 있나요? 시즌 2, 3에 출연했는데 시즌4라던가...

A. 사실 조금씩 줄일 생각이에요. 시청자들은 새로운 얼굴을 원하실 텐데 제가 계속 나오면 프로그램에 해가 될 수 있잖아요. 저도 연참 배우로 고정되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싶고요.

Q. '연플리'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시즌4에서 김새론 씨 단짝 친구로 나왔었죠?

A. 처음에 놀랐어요. 대본에 김새론이라는 이름이 있길래, 워낙 유명하시잖아요. 동명이인인 줄 알았죠. 대본 리딩하러 사무실 갔는데 진짜 김새론 씨가 앉아있는 거예요. 속으로 '놀란 척 하지말자, 당황하지 말자, 자연스럽게 하자'(웃음). 나중에 새론 씨랑 친해져서 얘기하는데 긴장한 티가 다 났대요.

KBS Joy '연애의 참견'
KBS Joy '연애의 참견'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4'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4'

정준환은 대학 친구들과 '소풍전날'이라는 극단을 운영하고 있다. 질문을 연극으로 옮기자 그의 눈에서 빛이 났다.

"어떻게 하면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연극을 해야겠다 싶어서 동기 둘이랑 같이 극단을 차렸어요. 어렸을 때 소풍 가기 전날 설레던 기분 있잖아요, 관객들이 저희 연극 보기 전날 설레길 바라는 마음에 극단 이름을 '소풍전날'로 지었어요.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작품을 올려요. 전에는 셰익스피어 같은 고전을 올렸는데 최근에는 소풍전날만의 색깔을 만들고 싶어 창작극을 준비하고 있어요. 올해 여름은 코로나 때문에 어렵지만 겨울엔 작품을 올릴 테니까 꼭 보러 와주세요!"

그리고는 연극과 연기에 대한 생각을 쏟아냈다.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연극이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웹드라마는 대본 받고 촬영까지 시간이 짧아요. 캐릭터를 분석할 시간이 없어요. 연극은 기본 3개월이라 캐릭터를 깊이 파고들 수가 있어요. 연습도 정말 많이 해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들어요.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이게 왜 안될까?' 그러다 연기가 늘어요. 저는 연극을 하면서 연기를 정말 많이 배웠어요"

이하 극단 '소풍전날' / 본인 제공
이하 극단 '소풍전날' / 본인 제공

정준환은 1990년 생으로 올해 만 서른을 맞는다. 30대에 들어서는 심경을 물어봤다.

"제가 생각했던 30대는 TV 틀면 나오는 배우가 돼서 부모님께 집을 사드리는 거였어요. 근데 지금은 20대랑 크게 다르지 않아요. 가족들에게 용돈을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에요. 그래도 배우 말고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사실 제가 알바를 많이 해봤는데 시간에 비해서 제일 많이 받는 게 연기에요(웃음)"

그의 알바 경험을 묻자 서현역 호프집을 시작으로 주말에 하던 애견 카페, 인하대 후문 아미고, 인천 구월동 맥도날드, 스크린 골프, 택배 상하차 등이 술술 나왔다.

"알바를 많이 하면서 배우를 향한 간절함을 배웠어요. 제가 알바할 필요가 없었다면 이렇게 간절하지 않았을 거에요. 많이 놀러 다녔겠죠(웃음). 간절함은 돈 주고도 못 사는 거니까 정말 소중해요"

이하 촬영 중인 정준환 / 본인 제공
이하 촬영 중인 정준환 / 본인 제공

코로나19로 촬영이 줄어든 요즘 정준환은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 위해 편집을 배우고 있다. 요리를 좋아해서 요리하는 일상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다. 책 읽는 시간도 늘리고 자신의 팬카페 '늘해랑'에 글도 남긴다. 기회를 기다리기 보다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길고 오래가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여러 방면에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몇 년 안에 TV와 영화로 인사드릴게요. 그때까지 더 큰 내공과 역량을 쌓아서 찾아뵙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다음은 배우 정준환을 인터뷰한 영상이다.

home 권상민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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