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싸우며 저력 과시한 SK텔레콤 웨이브, 앞으로도 승승장구할까
2020-03-0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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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출범한 웨이브, 국내 시장서 유튜브·넷플릭스와 경쟁
OTT 강자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우뚝 서려면 ‘협업’에 사활걸 듯
“아시아 전체 250여개의 분절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는 아시아의 가치를 담은 글로벌 대작 콘텐츠를 제작하긴 힘듭니다.”
“‘한국의 웨이브(WAVVE)’를 ‘아시아의 웨이브’로 만들어 아시아 전체가 협업하는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겠습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11월 한국-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에서 연사로 참여해 이같이 말했다. 박정호 사장은 기술 협력 등을 통한 협업으로 ‘아시아 콘텐츠 스튜디오’ 설립을 제안하는 것은 물론, 문화적 역량을 기반으로 한 ‘아시아 무브먼트’를 주장했다. 올해 더욱 과열될 OTT 시장에서 박 사장의 주장은 세계 최고의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에 대항할 웨이브의 해법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자사 옥수수, 지상파 3사의 푹을 통합한 OTT 웨이브를 출범했다. TV·영화관 등 전통 미디어에서 OTT로 전환되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국내 업계로선 가장 적극적으로 OTT 시장에 합류했다. 성과는 즉각적이었다. 론칭 후 270만 가입자 유치에 성공했다. 일평균 사용자 수 80만명을 기록해 넷플릭스(51만명)를 추월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 ‘2019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OTT 이용률은 50%를 웃돌아 전년 42.7% 대비 꾸준히 증가하는 형세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은 유튜브, 넷플릭스, 웨이브가 3강 구도를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영화, 웨이브는 지상파 드라마 콘텐츠를 기반으로 위치를 견고히 하고 있다. 웨이브는 2023년까지 유료가입자 500만 확보 및 글로벌 미디어로의 성장을 목표로 내세웠다.
OTT 시장은 올해 국내외 사업자 가세에 따라 더욱 과열될 전망이다.
웨이브는 넷플릭스, 유튜브를 넘어 더욱 첨예한 경쟁 노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콘텐츠 강자인 CJ ENM, JTBC는 티빙(Tving)을 기반으로 한 통합 OTT 합작법인(JV) 설립을 목전에 두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헬로비전과 OTT 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시즌(Seezn)’을 출범한 KT가 웨이브를 추격 중이며, 더 나아가 디즈니와 애플이 각각 디즈니플러스, 애플티비플러스를 통해 국내 OTT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출범 후 지속적으로 저력을 과시한 웨이브는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경쟁 과열로 인해 하향 곡선을 타진 않을까?
박 사장은 지난해 말 “디즈니와 만났고 재밌는 것을 가져왔다”고 말한 바 있다.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으나 혁신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넷플릭스, 아마존 등과의 제휴 가능성도 열려 있다. 앞서 박 사장의 제언대로 제휴 없이 오리지널 콘텐츠 구축 기반을 마련하긴 어렵다. 이 때문에 ‘아시아의 웨이브’를 만들려면 박 사장이 말한 것처럼 타사와의 협력을 구축하는 데 우선 무게를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정두남 공사 연구위원과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최근 발표한 ‘국내외 OTT 서비스 시장 현황 및 규제정책 연구’ 보고서에서 SK텔레콤을 비롯해 CJ ENM과 JTBC, KT 등으로 분산된 독자 플랫폼으론 OTT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OTT 플랫폼 다양화에 따른 콘텐츠 수급 경쟁 심화와 넷플릭스를 통한 제작영역의 대규모 자금 유입이 SK텔레콤 등 사업자들에 비용 상승 유발,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양극화 현상을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국내용 콘텐츠의 다양성 축소, 웨이브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매년 약 10조원가량의 제작비를 통해 다수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는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325편의 콘텐츠를 확보했다. 때문에 분절된 국내 OTT들의 동력만으론 한계가 있다.
정 연구위원은 “국내 주요 사업자들 간의 전략적 제휴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디즈니와 아마존이 국내에 진입할 경우 이들과도 적극 제휴해야 할 것”이라며 “글로벌 OTT의 경쟁 구도를 활용할 경우, 보다 많은 투자를 유치할 수 있으며 특히 넷플릭스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