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분노조절장애 등 난치 정신질환 치료법, 고대의학서에서 찾았다”

2020-02-2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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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범 한의사, 상한론 임상 과정 기록한 ‘임상 상한론’ 펴내
“질병 결과만 보지 않고 원인을 추적하는 진료문화 형성되길”

노영범 한의사
노영범 한의사
진나라 시황제는 역사상 둘째가라면 서러울 폭군이다. 분서갱유는 그를 대표하는 사건이다. 시황제는 농서 등을 제외한 각종 서적들을 불태우고(분서) 수백명의 유생을 생매장(갱유)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생사람 수백명을 시황제가 분노조절장애 혹은 감정조절장애에 휩싸였을 것이라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대엔 시황제의 정신상태를 어떻게 기록했을까.

놀랍게도 분노로 인해 꼭지가 돌아버린 마음상태가 ‘번(煩)’이라는 단어로 고대 서적에 표현돼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번’으로 인한 정신질환의 치료법까지 해당 책에 기록돼 있다는 점이다. 그 책이이 바로 약 1800년 전인 후한(後漢)시대의 임상노트인 ‘상한론(傷寒論)’이다.

노영범 한의사는 대중에겐 생소한 ‘상한론’을 ‘논어’ ‘주역 동의보감’처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의학계에서 노 한의사는 유명 인사다. ‘한국인의 명의 50인’ ‘한의계를 움직이는 파워 엘리트 21인’에 선정됐다. 동국대, 경희대, 부산대 한의전에서 교수 및 강의 활동도 하고 있다.

이처럼 유명한 한의사가 왜 이름마저 생소한 고대의학서인 ‘상한론’이런 책에 집착하는 것일까. 노 한의사는 ‘상한론’에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문제까지 치밀하게 기록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한다. 현대인의 난치병 중 하나인 정신질환을 치료할 때 ‘상한론’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에 따르면 ‘상한론’은 사람에 따라 질병이 발생되는 패턴을 일곱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또 몸과 마음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한 글자 한 글자로 묘사해 398개의 문장으로 정리하고 있다. 노 한의사는 “사람마다 주어진 환경과 자극에 대응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 반응 양식에 따라 몸과 마음의 상태가 달라진다”면서 “놀랍게도 ‘상한론’은 수많은 정신질환의 증상과 치료법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의 ‘원인’을 추적하고 병의 근본적인 ‘치유’를 통해 궁극적으로 진정한 ‘치유의학’으로 발돋움하려는 한의학의 목적에 ‘상한론’만큼 부합하는 책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고대의학서가 제시한 치료법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노 한의사는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단언한다.

노영범 한의사가 집필한 '임상 상한론'
노영범 한의사가 집필한 '임상 상한론'

그는 “현대의학의 가장 큰 과제이자 난제인 정신질환 및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실제로 믿기 힘든 효과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상한론’을 통해 어떻게 난치성질환과 정신질환을 치료했는지를 기록한 책도 펴냈다고 밝혔다. 그 책이 바로 10년 이상의 임상 경험을 집대성한 ‘임상 상한론’이다.

‘임상 상한론’은 ‘상한론’을 적용한 실제 치유 사례를 중심으로 집필한 책이다. 노 한의사는 우선 ‘상한론’에 나오는 이론적 근거를 총론 형식을 빌려 수록했다. 개인적인 이론은 가능한 배제하고,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과 근거가 확실한 자료들을 인용해 가감 없이 그대로 수록했다.

본편에선 ‘상한론’의 최초 원형에 가까운 15자행(字行), 특히 임상에서 활용이 가능하고 처방이 나와 있는 조문에 대해서 임상적 해설과 임상 치험례를 기록했다. 두드러기와 소화장애, 우울증 등의 증상을 보인 29세 여성 간호사를 어떤 처방과 심리상담을 통해 치료했는지 알려주는 식이다. 임상 한의사들이 실제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임상 사례를 중심으로 제강진단과 조문진단을 실제로 적용하는 실제를 보여준 셈이다. 특히 노 한의사는 정신질환 임상 사례들은 각 조문에 두 가지 이상 케이스를 기록했다.

노 한의사는 ‘임상 상한론’에 대해 “단순히 이론적인 의료 진료서가 아니라 환자 한 명 한 명의 심리상태와 병력, 개인이 처한 상태와 가정사 등 주변환경을 종합적으로 고찰해 꼼꼼히 그 상태를 점검한 뒤 병변 진단과 처방을 행한 실천적 의료 기록서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이 책을 통해 질병의 결과만 보는 게 아니라 원인을 추적하는 진료 문화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home 채석원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