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눈물로 호소한 민식이법이 악법?” 온라인서 확산 중인 소문 실체
2019-12-0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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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사태로 인한 통과 지연 속에 확산한 소문들
'과실 여부 상관없이 무조건 3년 이상 징역' 등 주장은 사실 아냐
국회 파행으로 빚어진 '민식이법' 통과 지연 사태를 놓고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민식이법'이 본회의에서 통과되어선 안 되는 법이라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 김민식 군 부모가 지난달 19일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눈물을 흘리며 법안 통과를 호소한 걸 계기로 전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마련된 법안의 별칭이다. 서로 다른 두 법안인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으로 구성됐다.
두 법안 중 민식이법 핵심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있다. 개정안은 각 지자체가 어린이보호구역, 이른바 스쿨존 내 과속단속 카메라, 신호등 등 어린이 안전 시설을 우선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특가법 개정안에 대한 부분이다. 민식이법을 반대하는 주장의 요지는 이 특가법 개정안이 스쿨존 내 교통사고를 운전자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 악법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
제5조의13(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12조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13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특가법 개정안을 보면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할 경우'라는 전제 조건이 있다. 또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라고 명시돼 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은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경우 처벌하는 조항이다. 그리고 형법 제268조는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만든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이다. 다시 말해 과실이 없다면 이로 인해 처벌 받을 일도 없다.
민식이법 발의 계기가 된 김민식 군 사고를 놓고도 갑자기 뒷말이 나온다. 가해운전자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식의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사고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퍼지면서 급속히 확산했다.
영상을 보면 김 군은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뛰어서 건너다 마침 지나가던 차와 부딪힌다. 당시 횡단보도 한쪽에는 교통체증으로 정차한 차량이 있었다. 운전자 입장에선 차량에 의해 가려져있던 곳에서 갑자기 어린아이가 뛰쳐나온 셈이다. 게다가 당시 이 차량은 시속 30km 제한속도를 지킨 시속 23km의 속도로 주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운전자에게 과실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 도로교통법 제27조 1항에 따르면 모든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는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상을 보면 운전자는 일시정지를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다 사고를 낸다. 정차된 차량에 시야가 가려져 보행자 유무를 알 수 없었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주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도 운전자가 횡단보도 앞에서 정지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다. 한문철 변호사는 4일 자신의 채널에 게재한 유튜브 영상에서 "횡단보도 앞에서는 섰다 가야한다. 지금처럼 시야가 확보 안 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먼저 섰다가 안전을 확인하고 천천히 지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군 사고 가해운전자가 민식이법으로 가중처벌될 수 있다는 황당한 소문도 떠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소급 적용 대상이 아니다. 형법 제1조 2항에 따르면 새로운 법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때만 소급 적용할 수 있다.
물론 민식이법에 아무런 문제나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법조계 내에서도 이번 특가법 개정안의 처벌이 지나치단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의가 아닌 과실로 인한 사고에도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이라는 처벌 하한선을 정한 건 과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민식이법이 악법이라는 식의 주장이 퍼지는 뒷배경에 일부 세력의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민식이법에 '통과되어선 안 되는 악법'이라는 프레임을 씌움으로써 통과 지연 책임을 희석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4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시사 유튜버 헬마우스는 민식이법 관련 가짜뉴스가 보수 성향 유튜버나 보수 성향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자유한국당이 민식이법 발목 잡았다는 공격을 받으니 민식이법 자체를 훼손시켜서 이 국면을 빠져나가보자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