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9시 뉴스, 이제 여자가 메인 앵커다 (+뉴스 역사 속 여성앵커들)
2019-11-2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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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지상파 최초로 ‘뉴스 9’ 메인 앵커에 여성 기자 발탁
KBS, “'중년 남자 기자 + 젊은 여자 아나운서' 관행 타파”
지난 20일 KBS가 지상파 최초로 ‘뉴스 9’ 메인 앵커에 여성 기자를 발탁했다고 밝혔다. 오는 25일부터 KBS 9시 뉴스는 이소정 기자가 메인 앵커를 맡고 최동석 아나운서와 함께 진행한다.
KBS 양승동 사장은 시대정신과 변화 요구를 반영해 ‘여성’과 ‘젊음’을 중심으로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전했다. 중년 남성 기자가 주요 뉴스를, 젊은 여성 아나운서가 연성 뉴스를 맡는 성차별적 뉴스 관행을 타파하는 것이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소정 기자는 2003년 KBS에 입사하고 사회부, 경제부, 탐사제작부에서 취재 경험을 쌓았다. 멕시코 반군 '사파티스타(Zapatista)'를 전 세계 언론 중 가장 먼저 단독 취재해 2006년 ‘올해의 여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3•1운동 100주년 특집 '조선학교-재일동포 민족교육 70년'으로 2019년 ‘한국방송대상 작품상’도 받았다. KBS2 ‘아침뉴스타임’, KBS1 ‘미디어비평’을 진행하며 방송 진행 능력 역시 인정받은 기자다.
한편, 여성 앵커와 남성 앵커의 나이 차는 방송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언급돼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2017년 실시한 ‘미디어에 의한 성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7개 채널 종합뉴스에서 여성 앵커는 10명 중 8명이 30대 이하지만, 남성 앵커는 10명 중 9명이 40대 이상이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나이 든 남성 앵커와 젊은 여성 앵커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달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송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은 대전 MBC의 성차별적 채용에 대해 “여성 아나운서들은 ‘방송의 꽃’이라는 사상을 아직도 공영방송 MBC가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창피하지 않냐”며 김상균 방문진 이사장을 비판했다. 같은 자리에 있었던 김경진 무소속 의원도 “여성 앵커는 40대 이하 젊은이만 필요한가. 여성 고참 앵커들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KBS가 보여준 ‘뉴스 혁신’의 분위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 있었다. 2004년 SBS는 8시 뉴스 앵커로 기혼 여성 아나운서를 앉혔다. 메인 뉴스 앵커는 본래 미혼 여성들이 진행하는 관행을 깨부순 것이다. 앵커석 자리도 교체했다. 남성 앵커가 왼쪽, 여성 앵커가 오른쪽이던 자리를 반대로 바꿨다.
2007년 MBC는 주말 메인뉴스 앵커에 김주하 기자를 단독 앵커로 내세웠다. 뉴스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었다. 2008년 KBS는 여성 기자, 여성 아나운서라는 여성 더블 앵커체제를 도입했다.
여성 앵커의 복장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지상파 최초로 임현주 MBC 아나운서가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했다. 당시 임 아나운서는 “남자 앵커들은 안경을 끼는 게 자유로운데, 그럼 여자도 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면서 “시청자들도 앵커의 외모가 아닌 뉴스의 본질에 집중해줄 거란 믿음을 얻었다. 안경을 쓰든 쓰지 않든 그것이 더 이상 특별하게 시선을 끌거나 낯설게 느껴지지 않게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