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역 god' 레게머리 외국인 청년 버스커
2016-07-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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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인사부터 남달랐다. 어색하게 허리를 숙이는 대신 짝! 소리가 나게 손을 마주
"Hey~!" 인사부터 남달랐다. 어색하게 허리를 숙이는 대신 짝! 소리가 나게 손을 마주쳤다.
길거리 버스커로 유명한 안코드 아베 자카렐리(Aancod Abe Zaccarelli·26)와의 첫 만남은 유쾌했다. 사람들은 그를 '안코드'라 부른다.
어떻게 자기를 알았냐고 묻길래 2014년 그가 교대역에서 불러 유명해진 '촛불 하나 떼창' 얘기를 꺼냈다. "아~ 그거 사람들이 많이 알지. 저 사람한테 물어봐도 알 걸요?"
자신감이 느껴진다.
그는 '아지트'가 있다며 신촌의 한 건물 옥상 테라스로 데려 갔다. 바닥에 푸른색 인조잔디가 깔려있고 난간에는 알록달록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안코드는 인조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언제 한국에 오게 됐는지?
"12살 때 처음 한국에 들어왔어요. 가정사가 좀 복잡한데, 영국 엄마가 이태리 남편과 사이에서 날 낳았어요. 난 일본 가정에 입양돼서 3살 때 일본으로 건너갔고. 영국 땅에 있었지만, 집에 가면 부모님이 다 일본 분이시니깐 일본말 밖에 할 줄 몰랐어요. 그러다 이스라엘로 가족이 옮겨갔다가 12살에 한국으로 오게 된 거죠.
한국에서 외국인 학교를 다니면서 영어랑 한국어를 배웠어요. 그때는 학교에서 인종차별도 당하고, 왕따도 당하고, 주입식 교육도 너무 심하고...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한국이란 나라에 대한 이미지도 좋을 수가 없었죠. 18살 때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서 친가족을 만났는데 너무 좋고 너무 괴롭고 그랬었어요. 완전 조울증에 걸렸죠.
이후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2012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버스킹을 하게 됐어요. 외국 떠돌이 시절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었는데 한국 사람이었어요. 헤어진 지 좀 됐지만, 어렸을 적 한국에서 받았던 상처는 그녀 덕에 회복했어요. 지금 한국은 제가 너무 사랑하는 곳이 됐죠"
버스킹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건 2011년부터예요. 친가족들을 만나서 영국에서 생활하고 있던 어느 날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날씨가 진짜 내 기분 같은 거예요. 시커먼 먹구름이 가득 끼어있는. 정말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진짜 지옥에 있는 것 같았죠.
그때 정말 행복해지기 위해서 뭐든지 한번 해보자 마음먹었어요. 그러다 영국에 있는 불교 모임을 갔는데, 티베트 승려님을 붙잡고 물었어요. 행복해지고 싶은데 뭘 하면 되냐고. 그때 추천해주신 게 '비파사나' 명상법이었어요. 군말 없이 따라 했죠. 10일 동안 혼자서 하루에 10시간씩 명상했어요.
이건 사실 종교적인 것과는 크게 상관없어요. 그냥 명상을 통해 제 자신을 더 잘 보게 됐어요. 평정, 의식, 집중 이 세 가지가 저에게 부족했던 것들이었는데 명상으로 키웠죠. 그 덕에 자신감도 얻었고요. 왼팔에 이 문신도 '평정'이라는 단어를 새긴 거예요. 산스크리트어로 '우페카'는 평정을 뜻하죠.
마음에 평정을 찾은 이후 진지하게 생각했어요. '돈이 없다면 나는 뭘 할까?'. 노래랑 여행이 딱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레게머리를 하고 노래하면서 여행을 시작했어요. 첫 버스킹은 포르투갈에서 했어요. 맨 처음 30유로를 벌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죠. 행복할수록 음악이 좋아지고, 음악이 좋아질수록 돈을 많이 벌게 됐어요. 내 직업은 '진심으로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신 '척' 하면 안 되고 '진짜' 행복해야죠. 그래서 그런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명상을 해요. 명상을 통해 음악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죠"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다른 버스커와 즉석에서 콜라보 무대를 펼쳤던 게 기억에 남아요. 김 빛날윤미라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버스커가 있는데, 사전에 약속이나 아무 연습도 없이 즉흥적으로 같이 3-4곡을 불렀어요. 너무 잘 맞아서 신기했고 아름답게 화음이 어우러질 땐 진짜 소름돋았죠"
유튜브, 홍낙현
앞으로 계획은?
"공연 기획을 해보고 싶어요. 유튜브 채널을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버스킹도 하고 있고, 방송사 음악 드라마에서 연기도 하게 될 예정이에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공연을 '크게' 기획하고 싶어요.
지난 6월 17일에 홍대에서 공연을 열었는데 대성공이었어요. 400명이나 되는 관객분들이 오셨고 제 노래를 따라 불러주셨어요. 진짜 감동적인 순간이었죠. 그 외 개인적인 관심사나 계획으로는 언어, 여행, 인간관계, 음악, 돈, 건강, 교육 이 정도예요. 이 일곱 가지가 제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들이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많이 만들려고요. 스피닝 운동도 하고, 주식 공부도 살짝씩 해보고 있어요.
인생은 꿈이랑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요. 시작하고 스쳐 가고 끝나죠. 다른 사람 눈에 맞추는 인생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내 인생에서 남은 시간 느끼고 싶고, 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살 거예요"
'옥탑방 아지트'를 나와 신촌 현대백화점 앞 나무 무대로 향했다. 안코드의 버스킹 파트너 탁보늬(22) 씨는 악기 세팅에 한창이었다. 곧 비가 쏟아질 것 처럼 흐린 날이었지만 사람들이 하나 둘 무대 주위로 모여들었다.
마이크 앞에 선 안코드는 익숙한 듯 탁보늬 씨와 눈빛을 주고 받았다. 경쾌한 노래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했던 관객 한 사람에게 소감을 물었다. 이상희(22) 씨는 "6개월 전부터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안코드와 탁보늬 씨를 봐 왔다"며 "버스킹에 바이올린 연주를 한다는 게 특이하다. 여러 가지 음향 효과도 더해져 꼭 콘서트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거리 공연 중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둘은 어깨를 으쓱였다. "괜찮아~ 비 오면 옥상에서 좀 연습하다가 그치면 또 나와서 버스킹하면 돼"
마지막 곡에서 안코드는 즉석에서 개사한 노래를 불렀다. "누가 뭐라 해도 넌 너답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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