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도 이제 잡힌다는 기괴한 모양의 물고기, 알고 보니 최고급 식재료였다
2025-03-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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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둥이가 몸길이의 3분의 1 이상인 한국 물고기

기괴한 외모를 자랑하지만 입에 넣는 순간 놀라운 맛으로 반전 매력을 선사하는 생선이 있다. 바로 홍대치다. 길쭉한 주둥이와 뾰족한 꼬리, 선명한 붉은색 몸체를 보면 생선이라기보단 바닷속 괴생명체처럼 느껴진다. 유튜브 채널 ‘일타쿠마’를 운영하는 김민성 셰프가 최근 소개하며 화제를 모은 홍대치에 대해 알아봤다.
홍대치는 실고기목 대치과에 속하는 아열대성 어류로, 인도-태평양을 비롯해 오스트레일리아, 하와이, 지중해 같은 따뜻한 바다에서 주로 산다.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어획량이 많지만, 잡으려면 원양으로 나가야 하고 수심 18~57m 깊이에 집중적으로 분포해 해안 근처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다. 몸길이는 보통 1m 정도지만 개체에 따라 2m까지 자라기도 한다. 김민성 셰프가 영상에서 다룬 홍대치는 1m 60~70cm에 무게 3.2kg이다. 김 셰프가 “처음 본 사이즈”라며 놀랄 만큼 큰 개체였다.
홍대치의 외모는 정말이지 기괴하다. 트럼펫처럼 생긴 악기인 코넷과 꼭 닮았다. 그래서 영어 이름도 ‘코넷피쉬(cornetfish)’다. 이름처럼 주둥이가 엄청나게 길다. 전체 길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이 주둥이는 가늘고 뾰족해서 마치 긴 빨대 같다.
김민성 셰프는 “목이 정말 긴 생선”이라고 말했다. 긴 주둥이로 작은 물고기나 갑각류 같은 먹잇감을 빨아들인다. ‘일타쿠마’ 유튜브 영상에선 홍대치 뱃속을 가르자 고등어가 통째로 나왔다.
꼬리도 독특하다. 둥근 모양의 주벅대치와 달리 홍대치는 침처럼 뾰족한 지느러미가 튀어나와 있다. 몸 색깔은 ‘홍’이라는 이름답게 선명한 빨간색이다. 비슷하게 생긴 노란색 주벅대치와 확연히 구분된다. 비늘이 없고, 대신 몸 양옆으로 길게 뻗은 가시 같은 돌기가 줄지어 있어 손질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김민성 셰프는 “뼈가 단단하고 돌기가 튀어나와 있어 살을 뜯어낼 때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대치는 위기가 닥치면 몸을 세워 나무줄기 모양으로 위장하는 '위장술의 명수'로 알려졌다.
한국에선 최근 들어서야 홍대치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민성 셰프는 “10여년 전부터 살살 올라오기 시작했다”며 지구온난화로 난류를 타고 제주나 부산 같은 남쪽 바다에서 가끔 잡히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수산시장에서 위판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아직 대중적인 생선은 아니다.
반면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같은 곳에선 고급 식재료로 대접받는다. 일본에선 1kg 한 마리가 약 5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값이 나간다. 주로 초밥이나 구이로 즐긴다. 김민성 셰프도 “일본 앞바다 도쿄까지 유통이 된다”며 그 인기를 언급했다. 동남아시아에선 다이빙 명소에서 홍대치를 보기 위해 잠수하는 사람들도 많을 만큼 생김새가 독특해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된다.
요리법은 다양하다. 일본에선 초밥이 대세다. 살이 단단하고 탄력이 있어 초밥 재료로 제격이다. 김민성 셰프는 “초밥용 생선 딱 그 맛”이라며 말했다. 구이로 먹을 땐 껍질이 질겨 호불호가 갈리는데, 껍질을 살짝 익히면 부드러워져 먹기 편하다. 탕으로 끓이면 뼈에서 우러난 국물이 풍미를 더하고 살은 쫄깃해진다. 김민성 셰프는 영상에서 회, 초밥, 소금구이 세 가지로 홍대치를 조리해봤는데, 각 부위별 맛 차이를 세세히 소개했다. 특히 “뼈가 억세서 국물이 아주 좋다”며 탕으로도 훌륭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에서 홍대치를 먹기 시작한 정확한 시기는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김민성 셰프의 말처럼 10여 년 전부터 남해안에서 조금씩 잡히기 시작하면서 수산시장에 등장했고, 미식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알려졌다. 과거엔 생소한 외모 탓에 식용으로 인식되지 않았지만, 일본 요리의 영향을 받아 점차 주목받는 추세다. 김민성 셰프는 “제주, 부산 쪽에서 잡힌다”며 국내에서도 점점 접할 기회가 늘고 있다고 했다.
맛있게 먹는 법은 조리 방식에 따라 다르다. 회로 먹을 땐 껍질과 함께 얇게 썰어 식감을 살리는 게 좋다. 김민성 셰프는 “가마살을 회로 먹으려면 껍질과 같이 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초밥은 살의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밥과 간장, 와사비를 곁들이면 최고다. 구이는 소금을 뿌려 겉을 바삭하게 익히되 너무 오래 굽지 않는 게 핵심이다. 탕은 뼈째 넣고 끓여 깊은 맛을 내는 게 포인트다. 김민성 셰프는 큰 개체일수록 맛이 더 풍부하다고 했다.
홍대치 맛은 어떨까. 김민성 셰프의 생생한 리뷰를 들어보면 감이 온다. 그는 먼저 가마살 회를 먹고 “딴딴한 살도 부드럽다. 맛있다”고 감탄했다. 다만 “워낙 좋은 생선들을 많이 먹어서 큰 감동은 없다”며 솔직한 평가를 내렸다. 초밥은 달랐다. “진짜 딱 초밥용 생선 맛이다. 입에서 살살 녹는다”고 말했다. 특히 “밥에 얹었을 때 달디단 맛이 난다”며 초밥이 홍대치의 진가를 보여준다고 했다. 반면 소금구이는 “엄청 뻑뻑하다. 밤을 먹은 거 같다”며 “목이 확 막힌다”고 표현했다. 김민성 셰프는 “참 달디 단 생선이다. 초밥으로 먹었을 때 더 맛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맛있으면 그게 고급”이라며 홍대치는 고급 물고기라고 평했다.